[삶의 향기-송세영] 기독교역사문화관 제대로 짓자 기사의 사진

한국교회의 숙원인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지난 7일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위원회 발족 감사예배’를 드리고 건립을 추진할 조직을 출범시켰다. 올해가 알렌 선교사 입국 130주년, 내년이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 입국 130주년이라는 점에서 특히 더 의미가 깊다.

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에는 2017년까지 총 366억원의 건축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109억원 정도는 정부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자체 조달해야 한다. 건립위는 올해 4억8000여만원의 정부지원금을 포함해 16억원을 들여 설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건립 부지는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의 6300㎡ 땅으로 선정됐다.

역사성·상징성·접근성 좋아야

하지만 건립 부지 위치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NCCK는 당초 서울 서대문 한국기독교장로회 선교교육원 자리에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무산되자 무상 기증받은 갈매동 땅을 건립 부지로 정했다. 그러나 이곳은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기도원이나 수련원이라면 몰라도 수많은 사람이 찾을 기독교역사문화관을 짓기에는 적절치 않다.

기독교역사문화관은 당연히 역사성과 상징성, 접근성을 감안해 서울 도심에 건립돼야 한다. 사대문 안이면 더욱 좋다. 한국기독교의 역사가 지금도 살아 있는 정동이나 종로5가, 동대문 등 사대문 안에는 역사성과 상징성, 접근성을 모두 갖춘 곳이 많다. 대로변의 값비싼 땅에 지을 필요는 없다. 서울 도심의 관광명소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라면 큰길에서 다소 들어간 곳도 무방하다.

물론 거액을 들여 서울 도심에 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어렵다. 대신 도심에 위치한 미션스쿨이나 100년 이상 된 교회의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은 검토 가능하다. 부지를 제공하는 학교나 교회가 기독교역사문화관의 공간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중간에 새로 지어서 보존가치가 높지 않은 곳도 검토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재건축하면서 기독교역사문화관을 함께 지을 수 있다. 서울성곽공원 복원을 위해 철거될 예정인 동대문교회 부지 등 정부나 서울시 소유의 땅을 지원받는 방안도 좋다. 건립위도 동대문교회 활용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교계에서도 서울시가 특정 종교를 위한 시설물을 공원 내에 허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공익적 전시공간으로 추진을

기독교역사문화관을 특정 종교를 위한 시설물로 여기는 시각부터가 잘못이다. 기독교역사문화관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기독교의 공헌을 되새기고 널리 알리기 위해 세워진다. 정부가 예산 지원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독교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기독교역사문화관이 세워지면 우리 국민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이 땅에 선교사를 파송했던 나라의 후손들은 이곳에서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한국의 선교사가 사역 중인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볼 수 있다.

기독교역사문화관은 특정 종교를 위한 시설이 아니라 공익적 문화·교육·전시 공간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바탕으로 당당하게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송세영 종교부 차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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