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정호] 선행학습 금지 효과 거두려면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 교육역사상 새롭게 기록될 법률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더 잘 알려진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에 앞서는 어떠한 형태의 교육 및 평가도 금지하는 전례가 없는 법안이다. 작년 초 박근혜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논의가 진행된 후 거의 1년 만에 통과된 선행학습 금지법안이지만, 통과된 이후에도 법안의 실효성과 학원이 아닌 학교만을 규제한다거나 앞으로 복습만 하게 될 거라는 등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법안이 사교육 관련 논의에서 전무후무한 것인 데다가 교육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반응들이다.

한 가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의 사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사교육이 일종의 선택사항이라기보다는 필수사항처럼 여기고 있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사교육에 집착하는 이유는 사교육을 통해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일반 학부모가 대학 진학에 사교육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부모의 간절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사교육기관인 학원은 선행학습을 통해 부추기고 있다. 현재의 사교육 추세가 계속된다면, 정부의 공식통계에서는 사교육비가 20조원 정도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지만 일반 학부모가 체감하는 사교육비는 이미 3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늘어나고 있다.

선행학습 금지법의 핵심 내용을 보면 의미 있는 부분도 많다. 초·중·고교에서는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예방하고,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 및 방과후학교 과정에서도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교육과정 운영 및 평가가 금지된다. 또 초·중·고 및 대학의 입학전형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출제를 제한하고, 정부와 교육청은 교육 관련기관이 선행교육이나 선행학습을 유발할 경우 제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이제는 학교에서 과도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교육과정의 운영이 금지된다는 것, 그리고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당위를 법률로써 명확히 제시해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법의 취지대로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내용을 시험에서 출제하지 않게 된다면,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내신중심의 학원에게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법률 자체가 실효성은 없고 상징성이 강하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선행학습 금지법을 통해 정쟁만을 일삼는다고 비판받는 여야가 모처럼 사교육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의미가 있다. 앞으로 사교육 관련 추가적인 규제를 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상징성에 더해서 선행학습 금지법이 공교육의 정상화를 넘어서, 공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현재의 9등급 내신상대평가제보다 절대평가가 제대로 학교에서 정착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 교사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을 출제하려는 유혹은 모든 학생을 한 줄로 세워, 잘하든 못하든 9개의 등급으로 학생들을 서열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교사의 자율권에 바탕으로 두고 절대평가를 제대로 시행한다면 선행학습 금지법의 효력은 더욱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번 법률에서 가장 미진한 것은 학원의 선행학습이나 학원운영의 투명성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재 모든 학부모들이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예전 사교육이 전면 금지됐던 시절을 더 그리워한다는 얘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선행학습 금지법이 학부모를 비롯한 일반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서 앞으로 공교육 정상화가 아닌 공교육의 활성화를 통해, 선행학습과 사교육으로 인한 학생들의 정신적, 심정적, 육체적 피로감이 나타나지 않는 즐거운 학교생활, 행복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주춧돌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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