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공기업 앞서 공무원부터 개혁해야 기사의 사진

“대통령 지지도 높은 지금 공공부문 부채에 책임있는 관료들 문책성 인사해야 ”

취임 1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적 관심은 지금 온통 공기업 개혁과 규제완화에 쏠려 있다. 집권 초기 복지 및 경제민주화 공약에 쏟던 고심들은 자취를 감췄다. 정부가 생각하는 공기업 개혁은 우량자산의 매각과 부실자산의 구조조정, 그리고 방만한 경영을 일삼는 지배구조, 그중에서도 경영진과 노조의 담합 타파를 겨냥하고 있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 수익사업을 민간에 넘기는 게 주된 내용이라면 그 개혁은 공기업의 민영화 수순이 아니라고 반박할 근거가 별로 없다.

물론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를 대폭 줄이고, 지배구조를 개혁해야만 한다. 문제는 부채의 원인, 개혁 대상과 범위, 그리고 방법론인데 정부 인식은 모두 과녁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공기업 부채 상당액이 정부가 주도한 국책사업에서 빚어졌는데도 개혁 대상을 단순히 사업을 대행한 공기업에 한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부채가 많은 12개 공기업의 부채는 2007년 186.9조원에서 2012년 421.3조원으로 222.5조원이 늘었다. 사회공공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 가운데 금융부채 증가분 169.2조원 중 81.8조원(71%)이 정부정책사업이나 공공요금 분야에서 빚어졌다. 4대강사업과 경인운하, 보금자리주택, 해외자원 개발, 인천공항 철도,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전기료 등이 그것이다. 그 부채에 대해서는 잘못된 정책판단을 내린 해당 경제부처와 예비타당성 조사의 대상을 완화하는 식으로 정책결정을 도와 준 기획재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무회의에서 “부채 증가가 누구 책임이냐, 이런 것을 따지기보다 공공기관 스스로 개혁해나가고 정부와도 긴밀하게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정원에 이어 공공기관도 셀프개혁에 맡기겠다는 것인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권에서 공기업 부채가 거의 배증했다면서 “그 책임이 가장 큰 부서가 국토부”라고 지적했다.

정부 계획은 18개 중점관리 공공기관에서 박 대통령 임기 중 늘어날 부채를 절반(45조9000억원)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그래도 공공기관 전체(295개)의 부채비율은 2012년 220%에서 2017년 200%로 낮아지는 데 그친다. 무엇보다 부채의 원인, 각 공기업과 그 부채의 특성, 사업 내용 등을 면밀히 검토해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체질변화를 이끌어야 하는데 그런 근본적 대책과 정밀한 프로그램이 없다. 예컨대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민간과의 공동투자를 통한 부채 감축계획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런 우회적 민영화가 아닌 기능과 조직의 통폐합, 그리고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하다.

중앙부처마다 벌써 없어지거나 축소됐어야 하는데 남아서 불요불급한 사업을 벌이거나 서로 중복된 업무를 하는 각급 조직과 산하 공공기관이나 사업부서가 적지 않다. 중앙부처는 계(係)마다 법을 하나이상씩 갖고 있다. 시대와 산업구조의 변화 등을 반영해 용도를 다한 법률을 찾아내서 그 조직과 산하기관을 폐지하거나 통폐합해야 한다. 선별적,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할 민영화가 공공기관 개혁의 답이 아니라 양지에서 기득권을 확대하기 위해 산하기관과 조직을 늘린 경제부처의 구조조정, 그리고 공공부문의 우선순위 조정이 근본적 처방이다.

그러나 지난해 마친 정부조직개편을 지금 다시 할 수는 없다. 결국 인사가 만사다. ‘2류 내각’의 장관들을 직언을 마다않는 개혁적 인사들로 교체해야 한다. 이어 공공부문 부채에 책임 있는 경제부처 내 인사들을 찾아서 문책성 인사 조치를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60%대로 상당히 높은 편이므로 공무원 개혁을 지금 해야 한다. 그들의 노후 대비 직장인 공공기관은 나중에 손 봐도 늦지 않다. 지금 계획대로라면 공무원들은 시늉만 낼 것이고, 공공기관들은 “소나기만 피하자”고 버틸 것이다. 기업은 공무원을 일찌감치 포획했고, 관료들은 대통령을 어떻게든 임기 안에 포획해 왔다. 박 대통령이 공무원들을 먼저 휘어잡지 않으면 정권말기에 레임덕을 피하기 어렵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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