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장지영]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기사의 사진

소치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는 아무래도 ‘피겨 여왕’ 김연아의 은퇴 무대였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이었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내내 피를 말리는 듯한 긴장의 연속이었던 데다 심판의 편파 판정 때문에 김연아가 은메달에 머무르면서 국내외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아사다 마오의 프리 경기를 여자 싱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고 싶다. 아사다는 첫날 쇼트 경기에서 충격적인 16위를 기록했다. 당시 마지막 순서로 출전한 아사다 앞에는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딴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높은 점수를 받아 경기장 분위기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상태였다. 평소 마음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아사다의 얼굴은 긴장한 빛이 역력했고, 점프 3개를 모두 실패했다. 자신의 역대 최저 점수를 받은 아사다는 충격으로 경기 후 제대로 인터뷰에 응하지도 못했다.

다음날 프리 경기에 나선 아사다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펼쳤다. 이번 시즌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한 트리플 악셀(3회전반) 점프를 성공시킨 것을 시작으로 모든 점프를 안정적으로 해냈다. 비록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롱에지 판정을 받았지만 여자 선수로는 처음 프리에서 8개의 트리플(3회전) 점프를 뛰었다. 연기가 거의 끝날 때쯤 아사다는 울기 시작했고, 관객에게 인사를 할 때는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전날 쇼트에서 워낙 낮은 점수를 기록했기 때문에 메달권에 들지 못했지만 프리 점수는 아사다의 역대 최고였다.

아사다의 눈물을 보면서 많은 한국 시청자들이 눈시울을 붉히거나 가슴이 뜨거워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동안 ‘고운 정 미운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아사다는 김연아의 라이벌이라는 이유로 대부분의 한국 국민에게 얄미운 존재였다. 일본 기업들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스폰서를 많이 맡고 있기 때문에 각종 룰이 아사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것은 물론 부정확한 점프에도 심판 판정이 너무 후하다는 것이 한국 국민의 생각이다. 그리고 인터넷은 아사다에 대한 김연아 팬들의 인신공격과 악의적인 욕설로 도배됐다.

김연아도 일본 국민이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 마지않던 아사다를 정상에서 끌어내렸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미움을 받았다. 일본 국민은 김연아가 점프에서 높은 가산점을 받고 표현력 점수를 많이 챙겨 고득점을 받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게다가 일본 인터넷에서 김연아에 대한 비방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어서 김연아의 연관 검색어로는 ‘승부조작’ ‘매수’ 등이 가장 상위에 올라 있다.

두 선수 모두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김연아는 한국에서 반일의 상징으로, 아사다는 일본에서 혐한의 상징이었다. 앞으로 두 선수가 현역에서 은퇴함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복잡한 역사 때문에 대중의 이유 없는 증오에 노출되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게 됐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가 아사다의 눈물을 보고 울컥했다는 이야기나 아사다가 김연아에 대해 훌륭한 선수라고 언급한 이야기가 양국에 보도되면서 두 선수에 대한 양국 국민의 미움도 조금 가라앉은 모양새다.

현재 정치적으로 완전히 경색된 한·일 관계 때문에 문화와 스포츠 등 민간 교류도 확연히 준 상태다.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내년 두 위대한 스케이터를 공동 주연으로 한 아이스쇼를 기획해보면 어떨까. 김연아와 아사다가 한·일 친선의 상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소치=장지영 체육부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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