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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이승한] 교회와 3·1운동

[삶의 향기-이승한] 교회와 3·1운동 기사의 사진

1919년 2월 28일 밤. 파고다공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승동교회 지하실에서 젊은 청년들이 독립선언문을 인쇄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일본 제국주의의 검은 통치, 절망과 고통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빛난 자유를 찾기 위한 고귀한 손길은 아침태양처럼 불타올랐다. 연희전문에 다니던 김원벽 등 기독학생들은 밤을 새우며 독립선언문 수만장을 인쇄하고 미리 준비한 태극기를 들고 3월 1일 파고다공원에서 만세운동을 벌였다.

서울의 만세운동은 교회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번져나갔다. 6일 전북 군산 구암교회 성도를 중심으로 일어난 서래장터 만세운동, 8일 대구제일교회와 남산교회가 중심이 된 대구만세운동, 4월 1일 정동제일교회 성도였던 유관순의 아우내장터 만세운동, 경기도 발안 만세운동, 평양 정주 의주 등 북한 서북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발안 만세운동은 4월 15일 일제가 23명의 제암리 주민을 제암리교회에 몰아넣고 총으로 쏜 뒤 불을 지르는 만행으로 이어졌다.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6명이 기독교인이었을 정도로 당시 교회는 민족과 사회를 이끌었다. 일제는 이러한 교회를 탄압하기 위해 수많은 교회 지도자들을 투옥시켰고 3·1만세운동에 참여한 기독교인 630명을 살상하는 악행을 저질렀다.

기독교인이 3·1운동 이끌어

3·1운동 당시 기독교는 전래 35년밖에 되지 않았다. 기독교인도 20만명 정도였다. 그러나 기독교는 민족의 정신적 지주요, 희망의 등불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수백개의 교단과 수개의 연합기관으로 분열되고 나뉘어 교회의 의견과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는 참담한 모습이다. 3·1절 기념행사는 물론이고 부활절 연합예배도 한마음 한뜻을 모아 하나 된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만 고난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다. 일제가 어떻게 나라와 민족의 주권과 국토를 침탈했는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그리고 6·25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이스라엘 민족은 그들의 고난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철저히 교육시키고 있다. 자랑스러운 역사는 물론이고 부끄러운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가르친다. 독일은 과거 침략전쟁을 통렬히 회개하고 피해를 입힌 나라와 민족에 사죄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가르친다. 우리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말살하려 했던 일본은 지금도 회개와 사죄는커녕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영토침탈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우경화는 참으로 개탄스럽다.

역사는 지켜야 할 가치

오늘은 3·1운동 95주년을 맞는 날이다. 일본의 압제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흘린 피와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벌이고 있는 위험한 역사 왜곡과 우경화를 교회는 예언자적 눈길로 바라보고 진실을 지켜내기 위한 정직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일본이 더 이상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지 않도록 한·일 교회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국교회도 자랑스럽고 위대한 역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지켜가야 한다. 최근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지우기와 왜곡 현상은 일본의 저급한 역사 왜곡이나 부정과 다를 바 없다. 역사는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이승한 종교국장 s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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