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정진영] ‘송파구 세 모녀’와 사순절 기사의 사진

‘송파구 세 모녀’는 이미 고유명사다. 보통명사의 격으로는 도저히 그 안타까움과 슬픔을 담아낼 수 없다. 사건은 한 가족의 죽음을 넘어 가난과 부, 국가와 복지, 나눔과 돌봄, 이웃과 관심이라는 관계어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신문과 방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들의 사연이 넘쳐났고 대통령이 언급할 만큼 요 며칠 우리 사회를 강하게 때렸다.

한국교회 자성의 메시지

부활의 영광에 앞서 십자가 처형을 기다리는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는 사순절을 맞은 지금, 한국교회에도 ‘송파구 세 모녀’의 여진은 여전하다. 세 모녀의 비극이 알려지고 처음 맞는 주일인 지난 2일, 한국교회 강단에는 이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반성하는 메시지가 잇따랐다. “‘죄송하다’고 한 당신이 죄송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죄송하다” “이들의 절망감에 함께하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교회들이 구제에 대한 실제적인 연습이 부족했다” 등 회한과 자탄의 목소리는 공명을 얻었다.

강단에서의 외침에 그친 것이 아니라 특별구제헌금을 한 교회도 적지 않았고, 주일예배 이후 봉사와 구제사역 활동을 재점검하는 교회의 움직임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지금까지 교회가 이웃 돌봄에 결코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 어느 손이 돕는지 모르게 주변의 궁핍함을 보살폈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나누는 정다운 이웃 같은 작은 교회들도 부지기수다. 대형교회의 이웃사랑도 괄목할 만하다. 성장과 물량주의, 세습과 교단정치 등의 부정적 이미지 탓에 여론의 과도한 비판을 받지만 이들 교회의 나눔은 교회 규모만큼이나 방대하고 효과도 엄청나다.

작은 교회가 할 수 없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을 통해 ‘규모의 이웃사랑’을 펴고 있다. 국민일보가 지난달 말부터 매주 월요일 미션 라이프 지면에 소개하는 ‘착한교회’ 기획기사 역시 이웃을 보듬는 본이 되는 중형급 교회 사례들이다.

2% 더 나누는 교회 절기 돼야

이 같은 활발한 나눔 사역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상황은 교회가 2% 더 보살피고 나눌 것을 요구한다. 단순한 가난이 아니라 사회학적 의미가 담긴 ‘빈곤’ 문제가 심화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둘 수 없기 때문이다. 자살자 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의 불명예 속에 최근에는 빈곤으로 인한 가족동반 자살이라는 최악의 양상까지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빈곤의 벼랑에 있는 또 다른 세 모녀의 수가 전국에 72만여명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밝힌 2013년 6월 현재 이혼 또는 남편과 사별한 여성 노동자 중 최저생계비 이하를 버는 사람들이다.

과거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가족이라는 사적 안전망도 갈수록 파괴되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하고 사적 안전망은 사라지는 국면에서 빈곤은 사람으로서는 차마 못할 짓까지 결행하게 한다.

정부는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지자체와 합동으로 3월 한 달간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일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5만5000 한국교회도 이번 기회에 나눔 사역을 한번 더 찬찬히 살펴보면 어떨까. 늘 경건·절제·묵상하면서 맞는 사순절, 올해는 여기에 이웃 섬김과 나눔 실천을 더하면 좋겠다.

예수의 삶을 닮아가는 구체적 행함, 그것이 사순절을 가장 성경적으로 보내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정진영 종교국 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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