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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만 칼럼] 대북정책이 북한에 통하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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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돼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공고하게 지지돼야 한다”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은 핵 5대 강국인 미국 러시아(당시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이 자신들의 핵보유 권리를 인정하면서 다른 나라는 핵보유를 금지한 핵무기와 관련한 국제적 헌법이다. 그러나 이 조약이 발효된 1970년 이후에도 핵무기를 개발한 네 나라가 있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및 북한이 그들인데 앞의 세 나라가 핵보유를 한 데는 미국과의 특별한 배경이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정책과 재미(在美) 유대인들의 영향력 때문에, 인도는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 파키스탄은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이후 소련에 저항하는 반군기지를 제공한 대가로 핵보유를 묵인 받았다. 이런 역학과는 달리 북한은 미국의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식으로 핵을 개발했다. 북한의 핵무기는 ‘체제생존’이라는 자국의 명분 외에는 국제적으로, 특히 미국으로부터 인정될 수 있는 어떤 조건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북핵문제는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해 NPT와 미국의 정책이 최선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NPT체제가 가동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50개 이상의 나라가 핵을 보유했을 것이며 몇 개의 지역분쟁은 핵전쟁으로 번졌을 가능성이 높다. NPT는 강력한 무기를 자신들만 소지하겠다는 횡포를 부리는 점에서 조폭과 같지만, 지구촌의 안전을 지킨다는 점에서는 천사와 같은 양면의 얼굴을 한 조약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 원장의 분석이다(저서 ‘북핵을 넘어 통일로’).

지금 북한은 세계 3위의 화생무기 보유국, 6위권의 미사일 강대국, 9번째 핵보유국의 위치를 차지하고 협상의 몸값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북핵은 통일의 최고 걸림돌이다. 핵을 소지한 통일한국을 지지할 나라는 없다. 그래서 한반도 통일정책은 반드시 북핵 해결을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 북한이 좋아하는 것만 시도했던 과거 정권의 손쉬운 대북정책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낼 수 없고, 북한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통일은 불가능하다.

북핵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교류협력을 제한하겠다. 국민의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경제협력은 할 수 없다. 남북간 거래와 대화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해야 한다. 투명성이 제고되지 않으면 대규모 지원은 할 수 없다. 이런 조건을 제시하고 원칙을 지키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북한의 변화를 일구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 정부 들어 우리가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이 같은 대북 접근법을 유지하자 북한이 어느 정도의 태도 변화를 보이는 것을 그래서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개성공단 폐지, 남북 이산가족상봉 합의 철회 등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던 북한은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 이산가족 상봉 실현 등 변화를 보였다. 올 초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표명한 이후 상호비방 중단,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 등 ‘중대제안’을 발표했다. 최근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이 미국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이면서도 남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것이다.

이런 북한의 제스처가 근본적인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부의 대북접근법이 북한에 먹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돼야 하고 내부적으로 공고하게 지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통일을 일군 동방정책의 기틀을 닦은 사람은 사회민주당의 빌리 브란트 총리였고, 꽃피운 사람은 기독민주당의 헬무트 콜 총리였으며, 동방정책을 지휘한 한스 디트리히 겐셔 외상은 자유민주당 출신이었다. 서독의 정치지도자들은 대 동독 정책에 있어서는 정당의 벽을 넘어 공감대를 공유했다. 우리도 이렇게 해야 북한이 남한의 여론을 분열시키는 시도를 하지 못하게 된다. 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북한에 통하기 시작한 지금이 중요하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흔들리지 않으면 북핵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열릴 것이다.

임순만 편집인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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