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로 만나는 ‘지옥의 문’ 그 처절함… ‘제2의 백남준’ 정연두 작가 3월 13일부터 개인전 기사의 사진

서울대 조소과와 영국 런던대학을 나온 정연두(45·사진) 작가의 별명은 여러 가지다.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고 2008년 중국 상하이비엔날레 ‘아시아유럽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인 활동으로 ‘제2의 백남준’이라 불린다. 또 힘겹게 살아가는 88만원 세대에게 ‘꿈 만들어주기 프로젝트’ 작업으로 ‘꿈의 작가’ 혹은 마음씨 좋은 ‘키다리 아저씨’라는 애칭이 붙었다.

미국 아트&옥션이 2012년 ‘가장 소장가치 있는 50인의 작가’로 선정한 그의 작품에는 특유의 온기와 유머, 감동과 재미가 있다는 평가다. 13일부터 6월 8일까지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는 개인전 ‘무겁거나, 혹은 가볍거나’는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사진·영상·설치·퍼포먼스 등 신작과 구작 5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로댕의 ‘지옥의 문’을 만날 수 있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을 청동으로 조각한 작품으로 단테와 그의 스승 베르길리우스가 지옥을 방문해 처절한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목격한다는 이야기다. ‘지옥의 문’에는 ‘생각하는 사람’ ‘우골리노’ ‘웅크린 여인’ ‘세 망령’ ‘키스’ 등 로댕의 대표작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정연두는 이를 3D로 재현했다. 모델들에게 ‘지옥의 문’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똑같은 자세를 취하게 하고 3D로 촬영했다. ‘베르길리우스의 통로’로 명명한 이 작품은 특수안경을 써야 볼 수 있다. 실제와 가상의 세계를 비교해 보이는 것이다.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한 안마사가 사진촬영을 즐기는 것을 목격한 것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가는 이를 통해 ‘보는 것’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삶과 죽음을 다룬 ‘베르길리우스의 통로’가 다소 무거운 작품이라면 또 다른 신작 ‘크레용팝 스페셜’은 가벼우면서도 경쾌한 재미를 안겨준다. 걸그룹 크레용팝의 중년아저씨 팬층인 ‘팝저씨’들과 함께 기획한 작품으로, 전시장에 크레용팝만을 위한 무대를 설치했다. “빠빠빠”라는 크레용팝의 노래에 맞춰 응원구호를 외치는 ‘팝저씨’들의 영상퍼포먼스가 익살스럽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중국집 배달소년을 촬영한 ‘영웅’(1998), 젊은이들의 꿈을 작품으로 실현시킨 ‘내 사랑 지니’(2001) 등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 같은 걸 읽을 수 있다. 작가는 10일 간담회에서 “이번만큼 힘들고 신나게 작업한 적이 없었다”며 “로댕의 작품이 주는 중압감과 팝저씨의 즐거움 사이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말했다. 관람료 2000∼3000원(1577-7595).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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