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훈] 고용보호 수준 높이려면 기사의 사진

지난달 7일 서울고법 민사2부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즉시 기업의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정리해고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표명했다. 나아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노동계 요구대로 정리해고의 요건을 현행보다 더욱 강화한다고 해서 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노동자들의 고용보호 수준이 높아질 수 있을지는 심히 의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경기 후퇴나 경제 불황으로 인한 고용조정은 대기업 부문의 경우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생산량 변동에 따른 고용량(고용자수×노동시간)의 조정은 고용자수를 줄이기보다는 잔업조정이나 무급휴직 등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둘째, 고용자수를 줄이는 경우에도 정규직이 아니라 사내하청을 비롯한 비정규직의 고용삭감이 우선된다. 정규직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희망퇴직이라는 외부방출형 고용조정은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되며 신규채용의 중지, 배치전환이나 전출·전적 등에 의한 내부조정형 고용조정이 우선된다.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규직과의 고용관계는 가능한 한 유지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서울고법 민사2부가 쌍용차 사건에서 사용자가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본 것도 고용관계가 종료되는 희망퇴직을 실시하기 이전에 고용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인 무급휴직을 먼저 실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쌍용차에서는 2008년 이후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사내협력사 인원 축소’가 우선적으로 실시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고용조정은 법원에서조차 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의당 실시되어야 할 ‘합리적’인 조치로서 받아들여진다.

쌍용차 구조조정 시에 사내하청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관련 부품업체의 줄도산이 이어져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해고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는 매일반인데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보호를 위해 소중한 일자리를 잃어야 하는 이들의 아픔과 설움은 대체 누가 풀어줄 것인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서는 기업규모, 노조유무, 고용형태의 세 가지 변수가 노동자들의 임금 등 근로조건은 물론 고용 안정에도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세 변수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노동시장에서 대기업·유노조·정규직의 교집합으로 이루어지는 1차 노동시장의 노동자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의 실질적인 수혜를 입고 있는 노동자들도 바로 이들이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가운데 유연성이 매우 높은 나라로 종종 거론되는 것은 1차 노동시장을 제외한 2차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기 때문이지 두터운 보호막에 둘러싸여 있는 1차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서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확립하기 위해 ‘비정규직 해고 요건을 강화해서 고용보호 격차를 줄여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보호 격차의 해소는 근로기준법상의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은 명확하다. 갈수록 깊어져만 가고 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골이 먼저 메꾸어져야 한다. 정규·비정규로 이원화된 ‘신분’ 차별적인 고용계약 구분을 폐기하고 그 대신 누구에게나 골고루 위험부담이 미칠 수 있게끔 정리해고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오히려 노동자들의 고용보호 수준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올바른 해법은 아닌지 묻고 싶다.

김훈(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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