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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철 칼럼] 黨名보다 더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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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야당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정치 구체 방안 마련하고 당내 화합 이뤄내야”

우리나라 최초의 야당은 김성수와 신익희가 1949년 이승만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민주국민당이다. 민주국민당은 그러나 당세가 워낙 미약했기에 1955년 창당된 민주당을 명실상부한 최초의 야당으로 꼽는 사람이 많다. 이 대통령의 독재와 장기집권 의도가 노골화되자 이름 있는 정치인들이 민주당에 대거 참여했다. 대표최고위원에 신익희, 최고위원에 조병옥 장면 곽상훈 백남훈이 선출됐다. 자력은 아니지만 4·19혁명에 힘입어 집권도 했다. 민주당은 비록 5·16쿠데타로 1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지만 이후 정통 야당의 든든한 뿌리가 됐다.

우리 야당사는 당명 변천사와 궤를 같이한다. 야당의 당명에는 거의 대부분 민(民), 혹은 민주(民主)가 들어갔다. 제대로 된 민주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국민 염원이 담겼다고 봐야겠다. 박정희 시대의 신민당에 이어 1980년대에는 민주한국당, 신한민주당,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이었다. 1990년대에는 신민당, 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였다. 2000년 이후에는 끊임없는 변신으로 14년 동안 무려 12번이나 당의 간판을 바꿔 달았다. 선거 때마다 수혈과 통합, 합당을 구실로 새 이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16일 통합야당 이름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정했다. 새 당명은 두 통합 주체의 치열한 힘겨루기 끝에 이날 새벽에야 결정됐다고 한다. 안 의원은 새정치 실현을 명분으로 창당에 나선 만큼 ‘새정치’란 단어를 첫머리에 얹었으니 뜻을 이룬 셈이다. 민주당도 ‘도로 민주당’을 막기 위해 ‘민주’를 아예 빼야 한다는 새정치연합의 요구를 물리쳤으니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약칭을 ‘새정치연합’으로 정한 것은 민주당이 특별히 안 의원 측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당명 결정 과정에서의 진통은 향후 당 운영의 주도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 수 있다. 당장 6월 지방선거 공천 지분과 관련될 수도 있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당에 몸담을 정치인들의 관심사일 뿐 일반 국민의 뜻과는 별 상관이 없다.

국민들에게 당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통합야당이 과연 새롭게 태어날 것인가 여부다. 여야 할 것 없이 과거 통합이나 합당을 통해 새 이름을 내걸 때는 어김없이 정치쇄신이나 새정치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지나놓고 보면 대부분 헛구호에 그쳤다. 국민들이 이번 야권통합에 열광하지 않는 것은 이런 경험 때문일 것이다.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안 의원이 새정치를 유별하게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야권통합은 독자 창당의 어려움에 직면한 안 의원과 지방선거에서의 야권 분열에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의 정치적 득실계산 결과물이라고 봐야 한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야합은 아닐지라도 정략결혼임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의 새정치 의지와는 강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통합야당 준비위 산하에 외부인사 중심으로 새정치비전위원회가 설치된 만큼 조만간 새정치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나올 것이다. 국민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차제에 정치인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국리민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신당 지도부가 이런 방안을 정강정책과 당헌당규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새정치를 실현하는 데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것은 당의 화합이다. 새정치를 하겠다면서 계파 간 권력싸움을 할 경우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국민들은 금세 돌아서고 말 것이다. 통합야당은 ‘연합’이란 당명이 말해주듯 어차피 이질적인 세력의 집합체다. 민주당이 친노와 비노 세력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보수 색깔을 띤 안철수 세력이 합류했으니 다소간의 불협화음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고질병인 계파싸움을 근절하지 못할 경우 통합야당은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 구파니 신파니 하며 싸움박질하다 군홧발에 짓밟혔던 ‘1961년 민주당’의 슬픈 역사를 되새겨볼 때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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