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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영성] 조서환 세라젬헬스앤뷰티 대표 “한 손으로 이룬 성공, 그 분 은혜입니다”

[몸의 영성] 조서환 세라젬헬스앤뷰티 대표 “한 손으로 이룬 성공, 그 분 은혜입니다” 기사의 사진

스물두 살의 육군 소위는 수류탄 폭발 사고로 오른손을 잃었다. 오른손잡이 청년은 이렇게 생각했다. ‘내 인생,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지만 그의 삶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한 손으로 대학을 마친 그는 애경그룹과 KTF(KT 전신)에서 ‘하나로 샴푸’ ‘쇼(Show)’ 등 수많은 히트 상품을 배출하며 ‘마케팅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한 손으로 일가를 이룬 그는 조서환(57) 세라젬헬스앤뷰티 대표다. 그를 지난 25일 서울 역삼로 회사에서 만났다.

조 대표의 오른손은 얼핏 보기엔 진짜 같다. 양손을 이용해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는데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의수 때문에 곤란한 경우는 없었을까. 조 대표는 설명 도중 불쑥 오른손을 내밀었다. 플라스틱에 실리콘을 덮어 만든 그의 오른손은 다소 딱딱하고 차가웠다.

“제가 일반인과 다른 점이요? 전혀 없어요. 한 손으로 글씨를 쓰고 운전하고. 골프도 87타 칩니다. 스스로 한 손이 없다는 걸 잊고 산 지 오래됐어요. 남들은 ‘손 없는 세월 어떻게 견뎠나, 힘들진 않았나’하는데, 전 오히려 득을 봤어요. 공부할 때 같은 시간에 과제를 제출해도 ‘손 없는 놈이 이렇게 해 온다’고 엄청나게 칭찬받았거든요.”

하지만 손 없는 자신을 인정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조 대표는 오른손을 잃었던 당시의 상황을 ‘결론 안 나오는 상태’라 표현했다. “직업군인이 손 잃고 직장 잃었지, 칠갑산 자락에서 농사짓는 집이라 가난했고…. 게다가 학력도, 백(background)도 없어요. 그런데 딱 하나 가진 게 있더라고요. 그게 ‘근성’이었어요.”

좌절에 빠진 조 대표를 흔들어 깨운 근성의 바탕엔 그의 아내가 있다. 아내는 그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병원 근처에 방을 얻어가며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20대 초반의 처녀가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해주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 조 대표는 병실에서 왼손으로 대입시험을 준비했다. 경희대 영문과에 입학한 그는 아내, 두 자녀와 함께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졸업이 다가오자 시련에 부닥쳤다. 한 손 없는 신입사원을 원하는 기업이 아무 데도 없었다. 81년 11월, 그해 마지막 면접에서도 ‘손 없는 인생, 편히 살라’는 위로를 받았다. 문득 자살충동이 일었다. 순간 마음속에 벼락같은 음성이 들렸다. “무책임한 놈아! 천사 같은 아내와 자식들은 어쩌고?” 이것이 하나님의 음성이라 믿은 그는 그길로 회사로 돌아갔다. 면접관을 찾아간 그는 자신의 의견을 한국어와 영어로 말했다. 그의 패기를 눈여겨본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그를 뽑았다. 그의 30년 마케터 인생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조 대표는 30년간 애경그룹, 다이알, 로슈, KTF에서 마케팅 업무를 지휘하며 승승장구했다. 악전고투 속에서 얻어낸 성공이었다. 그는 이를 모태신앙인 아내와 지인들의 기도 덕으로 돌렸다. 이들의 기도가 쌓여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최근 중국에서 이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0년에 세라젬헬스앤뷰티 사장으로 중국 칭다오에서 제품, 광고비, 일할 사람, 유통망 없이 3개월간 일했어요. 현지 언어와 문화도 모르는 채였지요. 앞이 안 보였어요.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할 때 아내와 한인교회로 새벽기도회를 갔습니다. 요한복음 15장 설교를 듣고 교회에서 처음으로 펑펑 울었어요. 인간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게 되더군요. 이 후 내 인생에 개입한 하나님의 뜻과 기도의 힘을 알게 됐습니다.”

1년의 70%를 중국에서 보내는 조 대표는 ‘세계적 기업인’이 돼 중국에서 10조원 매출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난 뒤 ‘중국 비즈니스 성공담’을 책으로 내고 싶다고 했다. 이로써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줘 삶의 통찰력과 도전정신을 심어주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약점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손이 없어서 사람들이 날 싫어하고 사는 게 엄청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저만의 생각이더군요. 약점으로 자신감을 잃었다는 건 핑계입니다. 전 손이 없었기에 지금껏 인생의 마라톤을 가열차게 달릴 수 있었어요. 하나님의 뜻도 알 수 있었고 순종과 인내의 영성을 배웠어요.”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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