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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손병권] 미국 외교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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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떨어진 적은 일찍이 없어 보인다. 2008년 대선 이후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아시아로 눈을 돌린다는 미국의 외교정책은 오바마 제1기 임기의 경우 나름대로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빈 라덴이 사살되었고, 이라크에서는 철군이 완료되었으며, 서태평양에서 미·중의 공존은 양국 정상에 의해서 거듭 확인되었다. 그러나 2012년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 피습사건 이후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르기까지 미국 외교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무기력한 모습은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으로 하여금 미국이 적극적으로 수호해야 할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영역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고 있다.

예컨대 이집트 무르시 정권의 몰락이나 시리아 반군 지원에 대한 미국의 미온적인 태도는 미국의 동맹국으로 하여금 민주주의 및 인권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재검토하게 했다. 비록 이슬람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의 압도적 지원으로 집권했지만 무르시 대통령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이집트 군부는 그를 불법적으로 퇴진시켰고,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친미적인 이집트 군부를 의식해서인지 알아서하라는 식의 애매모호한 것이었다. 미국은 또한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폭정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도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은 약속과는 달리 주저하고 있다. 이는 반군이 득세할 경우 새로운 정권이 반미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과 안보공약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2013년 10월 정부폐쇄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동아시아 정상회담 참석이 취소된 것은 아시아를 중요시한다는 미국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같은 해 11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해 처음에는 정찰기를 띄우며 강하게 대응하는 듯하더니, 결국 자국 민항기에 대해서 중국 당국에 비행경로를 사전 통보하도록 지시했다. 중국에 대항하던 일본의 아베정권은 ‘이게 뭔가’하고 느꼈을 것이다. 또한 2014년 3월의 헤이그 핵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이 오바마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북핵 위험성을 성토하기는 했지만, 일본은 정상회담 직후부터 한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발언을 재개해 한국 국민은 과연 미국이 여전히 일본을 강하게 틀어쥐고 있는가에 대해 되짚어 보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이 이와 같이 일관된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속사정은 무엇인가.

전체적으로 최근 미국의 외교정책은 대외 비용지불을 최소화하려는 미봉책의 연속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세평과는 달리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만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013년 퓨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10년 전에 비해서 미국의 역할이 덜 중요하고 덜 강력한 것’이라고 보는 비중이 응답자의 53%로 40년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같은 조사에서 미국인의 52%가 국제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자신의 일에나 신경을 쓰고 타국의 일은 타국이 스스로 처리하도록 두어야 한다고 대답하고 있다. 당장 고립주의로 가자는 국민정서라고 해석할 수는 없지만,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미국 국민은 국내 경제회복을 위해 정부가 더 노력하고 투자해 줄 것을 고대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예산적자를 줄이면서도 중산층을 재건해야 할 절실하고 긴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상원마저 공화당에 빼앗길 정도로 위태로운 2014년 의회 중간선거가 다가오는 마당에 경제회복에 전념해야 할 오바마 행정부는 외교적으로 강하고 일관된 노선을 견지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2016년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강한 외교정책을 지속 가능하게 할 실질적인 국내적 지지를 동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달 말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이 이러한 우리의 궁금증에 어떤 대답을 줄지 자못 궁금하다.

손병권(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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