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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철 칼럼] ‘권력 분산’ 개헌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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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 줄이고 상생의 정치 도모하기 위해선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검토해야”

대통령 직선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제9차 헌법개정(1987년) 이후에도 정치권에선 개헌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90년 3당 통합 때는 내각제 개헌 밀약이 있었고, 97년 DJP(김대중·김종필) 대선후보 단일화 때는 내각제 개헌을 아예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두 번의 개헌 약속은 정치적 연대를 위한 정략에서 비롯된 데다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했기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내각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생래적 거부감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

노무현·이명박정부에서도 개헌이 여러 차례 거론됐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국회, 또는 여야 간에 의견이 맞지 않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역시 정략이 개입된 탓이었다. 다만 국민과 정치인들 사이에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된 것은 커다란 변화다.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개헌을 하는 게 옳다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 들어 실시된 각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과 국회의원의 75∼80%가 개헌을 지지하고 있다.

개헌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다양한 주장이 있겠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비록 5년 단임이지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정권 초기에는 독재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이는 필연적으로 정쟁 격화를 부른다. 다들 상생의 정치를 외치지만 헛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가권력을 분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는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꼬일 대로 꼬인 여야 관계가 그 필요성을 잘 설명해준다. 지난 1년 동안 정치권은 정부기관 대선개입 의혹 논란으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 여야 간 생산적 대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국회는 문만 열어놓고 허송세월해야 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청와대를 불쑥 찾아간 것은 ‘비정상의 정치’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난주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가 국가권력 분산 모델을 하나 제시했다. 분권형 대통령제가 그것이다. 골자는 대략 이렇다. 대통령은 통일·외교·안보 등 외치에 전념하고, 국무총리에게 행정부 수반 지위를 부여해 내치를 전담하도록 한다. 대통령은 국민 직선으로 뽑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지지로 선출한다. 또 국회에는 국무총리에 대한 불신임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에게는 국회가 국무총리에 대한 신임 요구를 부결할 경우 국회 해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문위 개헌안에는 대통령 6년 단임제와 상·하 양원제 도입 등이 포함돼 있어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분권형 대통령제는 차제에 정치권이 마음을 열고 검토해보면 어떨까 싶다. 이는 일종의 이원집정부제로, 박정희 대통령 사후인 1979년 말 개헌 논의 때도 유력하게 검토됐던 제도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외치에는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되, 내치를 담당하는 국무총리 선출권을 국회에 부여함으로써 권력분산 효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개헌에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할 사람은 박 대통령이다. 현재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는 재적 과반인 154명이 가입해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블랙홀 운운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이후 새누리당 의원들이 본의와 달리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말할 것도 없고 정홍원 국무총리조차 “경제 활성화와 민생 문제가 해결된 뒤에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박 대통령 발언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개헌은 정권 초기라야 가능하다. 차기 대통령 후보군이 가시화되면 사실상 선거전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헌을 하려면 지금부터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개헌 논의조차 막는 것은 제왕적 태도에 다름 아니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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