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성윤] 北 무인기, 의연하게 대처해야 기사의 사진

지난달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와 최근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가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삼척에서도 동일한 무인기가 발견됐다. 이에 많은 국민들은 걱정을 넘어 불안해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인기가 우리 청와대 상공까지 들어와 사진을 찍었음에도 추락한 기체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인지조차 못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의 핵심 방공망이 뚫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백령도의 경우도 같다. 마침 육지에 추락함으로써 그 실체가 밝혀진 것이지 그동안은 북한 무인정찰기가 백령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지조차 가늠하지 못했으니 군사적 대비책을 수립하지 못했음은 당연하다는 판단에서다.

북한과 북한군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필자는 이 같은 북한군의 행태가 결코 낯설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의 허를 찔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북한의 군사전략, 그 뿌리는 무엇일까? 북한 김일성은 지난 1975년 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5기 10차 전원회의에서 강인한 혁명정신, 기묘하고 영활한 전술, 무쇠 같은 체력, 백발백중의 사격술, 강철 같은 규율을 ‘훈련 5대 방침’으로 제시했다. 이후 북한군은 이를 금과옥조로 여기며 전력 강화와 훈련의 기본 지침으로 삼아 왔다.

그중 두 번째 방침인 ‘기묘하고 영활한 전술’은 상대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장소와 시간에 예측하지 못하는 방법을 사용해 허를 찌르는 전술을 말한다. 이번 무인기 침투도 이 같은 전술의 연장선에 있다. 과거 천안함을 격침시킨 소형 잠수함은 ‘서해에서는 잠수함 운항이 어렵다’는 우리의 상식을 노렸다.

연평도 포격도 마찬가지다. ‘휴전 이후 북한군이 대한민국 국토에 직접적인 포격을 가한 적이 없다’는 우리의 평상심을 조준했다고 봐야 한다. 아직 써먹지는 않았지만 북한군은 벌써부터 동력 행글라이더 특수부대를 창설해 훈련하고 있다. 이 모두가 기묘하고 영활한 전술이라는 군사적 확신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무인기는 무엇을 노린 것일까? 군사적 노림수와 정치·심리적 목적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얼마나 작아야 그리고 얼마나 낮은 고도로 침투해야 탐지가 되지 않는지가 핵심이다. 따라서 이런 최대공약수를 찾기 위해 시험비행을 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정찰의 정교함이나 소형 폭탄을 실어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북한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험이 더 진행됐다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도발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성이 있었다. 무인기 부품에서 북한 흔적만 지운다면 자폭 테러를 가한다 할지라도 천안함 폭침 때와 마찬가지로 시치미를 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기상 조건에 취약한 무인기가 이번 경우처럼 추락할 경우에도 정치·심리적 효과를 확신했다고 봐야 한다. 어차피 소형 무인기는 테러 임무를 제외하면 전면전 때에는 군사적으로 활용하기에 제한이 있다. 북한은 이미 미사일과 장거리포병 등 청와대와 백령도를 타격할 수 있는 많은 수단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방의 허점을 드러내 사회적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군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면서 적은 돈을 들여 우리의 국방자원을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다면 그 또한 기묘하고 영활한 전술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한 무인기를 추적할 수 있는 저고도 탐지 레이더 도입은 시급하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되면 곤란하다. 북한 무인기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전자전 능력을 키워야 하고, 무엇보다 국방자원 배분과 전력강화 계획에 이번 사건이 왜곡을 가해선 안 된다. 작금의 우리 현실은 북한의 정치·심리적 노림수가 먹히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북한의 도발은 늘 우리가 의연하게 대처할 때 그 빛을 잃어 왔다. 차분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성윤 한국국방연구원 명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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