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훈] 차별 시정은 일터에서 기사의 사진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징벌적’ 금전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해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사용자는 비정규 근로자에 대한 고의적이며 반복적인 차별 행위가 인정될 경우 해당 근로자가 입은 손실액의 최대 3배에 달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 개정법에는 같은 일터에서 한 사람의 비정규 근로자가 차별적인 처우를 인정받을 경우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비정규 근로자의 처우도 동일하게 개선되도록 시정명령의 효력을 확대하는 규정도 포함되어 있다.

이만하면 두 손을 들고 반길 법도 한데 노동계의 반응은 왠지 시큰둥하기만 하다. 차별시정제도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아무리 배상액을 ‘징벌적’으로 올려본들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현행 차별시정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실제 일터에서 차별적 처우를 당하고 있는 비정규 근로자들이 사용자로부터 언제 계약을 해지 당할지 모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차별 시정을 노동위원회에 신청하기가 쉽지 않다. 오래전부터 비정규직 대표자나 노조에게 대신 차별 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있어왔지만 여태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신청이 노동위원회에 접수되더라도 판정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 현행법상 차별적 처우의 판정 기준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교 대상 근로자가 존재하는지, 차별적 처우가 실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 등 세 가지다.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면 실제 차별적 처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시정 신청은 기각된다. 이처럼 엄격한 판정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어려움 때문에 상당수 사건들이 기각 처리된다면 차별시정제도는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

현행 차별시정제도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노동위원회가 수행하는 차별 관련 분쟁의 해결 방식이 현행과 같은 ‘판정’ 방식이 아니라 일터에서의 자율 해결을 지원하는 ‘조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처럼 자율 해결이 강조되는 것은 단지 그렇게 하는 게 소송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사 또는 ‘노노’ 간에 당사자들이 서로 수용 가능한 형태로 차별 관련 분쟁이 해결되어야만 바로 그 일터에서 고용관계를 둘러싼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범이나 질서가 뿌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상시 3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일터에는 의무적으로 고충처리 절차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충처리위원은 노사협의회 위원 가운데 선임되지만 현행법은 종업원 과반수를 확보한 노조가 있을 경우 당해 노조에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수집단인 비정규 근로자들이 실제 이 고충처리 절차를 통해 차별 시정에 관한 고충을 제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비정규직 차별 관련 분쟁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한 통로로서 이 고충처리 절차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먼저 고용 형태와는 무관하게 해당 일터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를 포괄하는 대표기구로서 현행 노사협의회가 새로이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그래서 노사협의회가 다양화되고 있는 근로자계층 간 이해관계를 조정해 통합하는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노사협의회가 새로이 자리매김되면 차별적 처우에 관한 분쟁은 해당 일터에서의 고충처리 절차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되도록 법정화하고, 노동위원회는 ‘조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그러한 해결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그 기능이 재정비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현행처럼 판정을 하고 시정명령을 내리는 ‘규제’ 방식보다는 훨씬 더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김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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