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나는 날마다 죽노라” 기사의 사진

“저희 가족에겐 식사시간이 예배시간이었어요. 어머니는 가족들 안부를 묻고 십계명에 준해 삶의 교훈을 작은 목소리로 오물거리듯 전하셨지요. 가족들은 각자 흩어져 성경을 돌려가며 읽었어요. 하나님을 더 깊이 알되 발각되지 않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북한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탈북한 20대 A씨의 목소리다. A씨는 자신이 남한에 왔을 때 어머니가 기독교인임이 드러나 처형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리 내어 찬송을 부르고, 소리 내어 기도 하는 것이 소원이셨던 어머니를 잃은 것이다. 북한에서 믿음을 지킨다는 건 이처럼 생명을 담보한 일이다.

12년째 세계에서 기독교 박해가 가장 심한 북한 내 기독교인은 2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국제오픈도어(Open Doors)선교회에 의하면 5만∼7만명의 북한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으며, 이들은 오랜 수감생활을 하거나 죽음을 맞고 있다. 국제오픈도어선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세계 박해 순위에 따르면 상위 10개국은 북한을 비롯해 소말리아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몰디브 파키스탄 이란 예멘 순이다. 10개국 중 9개 나라가 이슬람 국가이며 이는 지난 15년 동안 가장 큰 박해의 요인이 되고 있다.

목숨 걸고 기도하는 北 교인들

북한 선교를 하는 B목사는 북한 지하교회는 가족 단위로 비밀을 유지하며 신앙생활을 하기 때문에 20명 이상 모여 예배드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자녀가 15∼16세가 될 때까지 복음을 전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교사들이 기독인을 색출해내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키고 있는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은 핍박에서 건져 달라는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핍박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또 B목사는 지하교회 교인들이 한국교회 성도들의 신앙회복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적 자유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우린 전적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믿음을 잘 알지 못한다. 목숨을 담보로 신앙을 지키는 북한 지하교회 교인들이야말로 부활신앙의 산증인이 아닐까.

십자가를 지는 삶이어야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을 알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다. 유대인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호했지만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셨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통을 피하지 않고 고난을 부활로 ‘변환’시키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통해 우린 부활신앙을 배울 수 있다. 고난, 고통, 죽음, 불안 그 이면엔 부활, 희망, 소망, 기쁨이 내재돼 있다. 이들은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하나다. 그리스도인들도 고난을 극복한 영적 성장을 삶 속에서 이뤄야 한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것이 부활의 삶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부활의 의미는 ‘되살림’이다.

그리스도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고 고백한 바울처럼 자기중심의 삶을 내려놓고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살겠다는 영적 결단을 해야 한다. 내일부터 고난주간이 시작된다. 고린도전서 15장을 읽으며 그리스도의 부활을 묵상해 보자. 아프리카의 밀림이나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숲 속, 중동의 도시 한 모퉁이, 북한 지하교회에서 숨죽여 예배드리는 그리스도인들을 기억하는 고난주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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