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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이지용] 크림 반도와 남·동중국해

[글로벌 포커스-이지용] 크림 반도와 남·동중국해 기사의 사진

최근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영토와 영해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8일 베이징에서는 미·중 국방장관이 날 선 공방을 주고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크림 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미·러 갈등이 남·동중국해에서 미·중 갈등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내외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보여준 미국의 소극적 태도가 남·동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공세를 더욱 부추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두 이슈는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놓고 벌이는 강대국 간 경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뚜렷하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러시아 영향력 하에 있었던 국가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국가로 돌아설 경우 지정학적으로 서방과 국경을 맞대야 하는 부담이 있을 뿐만 아니라 흑해함대 주둔지가 위협받게 된다. 러시아의 비타협적인 대응에 비교해 볼 때 미국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의 안전보장 공약에 대해 즉각적인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 국가는 남·동중국해에서 중국과 해양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안전보장 의지와 능력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동중국해와 크림 반도에 대한 미국의 이해, 입장에는 차이가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의 친서방화로 미국은 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미국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100을 얻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50 이상의 이익은 본 것이다. 따라서 완강한 러시아에 과도히 맞대응함으로써 정치적 비용을 무리하게 발생시킬 필요는 없다. 그런데 미국이 부담해야 할 정치적 비용이 오히려 반대편의 동아시아에서 발생했다. 소극적으로 보인 미국의 대응에 대해 일본과 동남아 국가 등을 포함한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체제 우방들이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 국방장관 척 헤이글은 이러한 동요를 불식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먼저 아세안 국방장관들을 하와이로 불러 이들 국가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을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 일본을 방문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이 미·일동맹에 의해 지켜질 것임을 재확인해 주었다. 베이징에서 개최된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과의 회견에서는 동중국해에 대한 중국방공식별구역 선포를 포함해 중국의 남·동중국해 확장 진출을 강력히 경고하고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입장을 확고하게 밝혔다. 헤이글 장관이 중국에서 보여준 대응은 단호했지만 서툴렀다. 중국에서 단호하고 직설적인 언사 속에 자신감과 주도면밀함이 보이기보다 수세에 몰린 장수의 조급함이 엿보였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어 왔던 남·동중국해는 동아시아 상품, 서비스의 교역로이자 해양자원의 보고다. 미국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중국은 헤이글 장관에 대해 날 선 공방으로 맞대응했다. 중국 국방담당 수뇌부의 이 같은 태도 또한 중국의 변화된 국력과 자신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 수뇌부는 미국과 비교할 경우 상대적 열위에 있는 군사력과 경제력 등을 감안하면서 미국과의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고 있다. 남·동중국해에서 현상만 유지되더라도 추가적으로 잃을 것은 없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안전보장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이상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 상대 국가의 의도와 의지에 대한 오해, 오판이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확산된 예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미·중 국방장관회담은 매우 유익하고 시의적절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긴장과 마찰의 수준, 강도가 높아만 가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상황을 냉철히 판단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상호 오판과 충돌 가능성을 현격히 줄일 수 있는 다자안보 메커니즘을 시급히 마련하기를 희망한다.

이지용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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