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민철구] 工大 혁신해야 나라가 산다 기사의 사진

며칠 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대통령에게 공과대학 혁신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대학발(發) 국가혁신 대책을 보고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위해 SCI 논문 중심의 대학교수 평가제도를 산학협력과 기술 사업화 등 현장교육 중심으로 바꾸고, 산업체 인재가 공과대학 교수가 되는 길을 열어 대학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 발표됐다.

현재 한국 대학은 국가발전의 원천이라기보다 수많은 자기 문제에 맞서 ‘고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홀로서고 거듭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2013년 기준 세계 22위인데 대학경쟁력은 41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과학경쟁력 7위, 기술경쟁력 11위로 과학기술 분야가 우리의 위태위태한 위상을 그나마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의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것일까. 결국은 사람에 그 해답이 있다. 공과대학 혁신을 통해 창의력 넘치는 인재를 배출하면 우리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높아지고 그만큼 우리 사회는 튼튼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만 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IT 혁명과 편리함이 오히려 개인의 창의적 발상을 저해함으로써 인터넷 서치에 의존한 모방 능력에만 익숙한 졸업생을 양산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공과대학의 혁신과 거듭남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대 혁신과 개혁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몇 가지를 추려본다.

첫째는 대학교수, 산업체 연구원, 정부연구소 연구원들 간의 인력 유동성 확대다. 공공영역을 대표하는 국공립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간 사람의 이동이 거의 없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만큼 폐쇄성이 우리의 과학기술 문화를 지배하고 있어 창의와 혁신이 먼발치에 머물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산학 협력이 제대로 될 리 없고, 경쟁과 협력은 늘 구두선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자리를 옮겨가면서 최적의 연구 과제를 찾아 어려운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경쟁할 수 있는 인력의 원활한 흐름을 찾아야 된다. 이를 위해 무엇이 걸림돌인가도 시급히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둘째, 대학의 융합연구 활성화와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획기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 융합은 이제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과학기술과 ICT, 이공계와 인문학, 인간의 논리와 예술적 감성 등이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가치를 찾고 새로운 산업을 일구는 중요한 시대적 트렌드가 바로 융합이다. 정부의 융합연구 육성이라는 구호와 달리 최근 5년간 정부 예산 중 융합연구 비중은 항상 12%에 머물고 있고, 무엇보다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은 내놓지도 못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애플 창시자 스티브 잡스의 경쟁력 원천은 ICT와 감성학 융합이 전부였다는 사실은 융합인재 양성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셋째, 대학과 함께 공공R&D 수행 주체인 이공계 출연연의 개혁과 혁신을 앞당겨야 한다. 과거와 같이 출연연이 정부의 연구비 지원에 힘입은 양적 성장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번 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글로벌 히든챔피언 육성에 출연연의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또 한편으로 고난도 미래 원천기술을 개발해 핵심 분야의 과학기술력을 높여줘야 한다. 대학이 인재 산실 역할을 한다면, 출연연은 연구개발 성과로 존재 의미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2013년 기준 정부R&D 17조원의 26%인 4조3000억원을 쓰는 국공립 연구소의 책무성이 이제는 넓고 또 깊다.

창조경제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말도 참 많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본질인 ‘개인의 창의와 상상력’에 국가경쟁력 창출을 호소해야 할 만큼 우리의 입지가 절박함을 알게 되면 이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직감하게 된다. 창조경제의 성공은 바로 창의인재에 달려 있으며, 창의인재 산실인 공과대학 혁신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민철구(과학기술정책硏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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