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미디어 학자 클리퍼드 크리스천스 美 일리노이대 명예교수 기사의 사진

“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의 소통”

세계적인 미디어 학자인 클리퍼드 크리스천스(Clifford G Christians) 미국 일리노이대(UIUC) 명예교수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올해 73세인 크리스천스 교수는 미국 최초로 커뮤니케이션 학과를 개설한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74년부터 2010년까지 동 대학에서 가르쳤다. 그는 일리노이대가 자랑하는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으로 16년 동안 재직하면서 미디어 윤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특히 그는 기독교 저널리즘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 부친은 목사로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목회를 했다. 이런 영향으로 그는 네덜란드 개혁주의 정신이 가득한 미시간주의 캘빈대를 졸업하고 미국 풀러신학교에서도 공부했으며 성경번역선교회인 위클리프에서도 사역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 미디어 윤리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펼쳤다. 지난 2009년에는 한국언론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세미나 주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이번 한국 방문 기간동안 크리스천스 교수는 총신대 신국원 교수와 함께 국민일보 본사를 찾아 인터뷰를 통해 미디어와 기독교 저널리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펼쳤다. 사랑과 진실, 인간을 모토로 기독교 정신을 온 지면에 펼치고 있는 국민일보가 세계 언론 역사에서도 한 획을 긋는 독특한 신문이라면서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하나님의 목적에 부합함과 동시에 세상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디어와 관련해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지만 기독교 저널리즘적인 측면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 오랜 기간 동안 미디어 분야의 전문학자로 일해 오셨다. 모두들 미디어, 미디어라고 하는데 도대체 미디어란 무엇인가.

“좋다. 기독교적으로 답해 보겠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시고 만유를 지으실 때에 사용하신 것이 말씀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 말하고 듣기다. 미디어는 만유를 있게 한 그 말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기술적으로 가능케 하는 모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인 테크놀로지는 변한다. 내가 처음 공부할 때에 커뮤니케이션의 주된 수단은 신문과 잡지, 책 등 인쇄 출판물이었다. 프린트 미디어가 방송 미디어를 거쳐 디지털 미디어로 변화됐다.”

-소통 수단으로서의 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진실(Truth)이다. 신문과 영화, 엔터테인먼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각종 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 혹은 진리의 소통 문제다. 어떤 경우에든 진실이 소통되어야 한다. 영화가 미학적으로 아름답기만 해서는 반쪽짜리밖에 되지 않는다.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진리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담겨 있어야 한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미디어 윤리 쪽에서는 도덕 철학을 기초로 미디어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는 질문을 하고 있다. 결국 지금 진리가 소통되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미디어가 진실 소통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동감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미디어를 통한 진실 왜곡이 일어난다. 이 사회에서 진리의 소통이 심각하게 침해됐을 때, 그리고 미디어 자체에서 소통 왜곡현상이 일어났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디어 윤리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이 질문에 담겨 있다. 윤리에선 항상 원리와 실천을 구분한다. 현실에 수많은 문제가 노정되어도 원리는 정당하며 늘 살아 있다. 비록 현실의 미디어가 그릇된 길로 가고 있고, 자체 내에 부패 요소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진리 소통이라는 미디어의 기본 원리 자체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다. 그 섭리 덕분에 부패한 세상에서도 여전히 진리가 보존되고 존재한다는 것을 믿는다. 미디어 분야에서는 영웅이 필요하다. 영웅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오직 진리만을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그 의지를 실행하는 자이다. 부패한 세상에서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그런 영웅이 필요하다. 기자건, 데스크건, CEO건, 진리를 전달하는 자들은 영웅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국민일보 내에도 그런 영웅들이 많아야 한다. 특히 하나님의 섭리를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하고 진실되게 전달해야 하는 국민일보의 종사자들 가운데 영웅이 많이 나오기 바란다. 국민일보는 다양한 미디어의 세계에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진리를 확실히 드러내는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국민일보의 사명이 아닌가 싶다.”

-교수님은 프랑스의 기독교 사상가로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강조한 자크 엘륄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세상이란 중력이 강하다. 이 중력 안에서 과연 기독교 미디어는 어떻게 존재하며 기능할 수 있는가.

“지금 시대에 엘륄을 언급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엘륄은 크리스천들이 기독교적인 진리를 견지하며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모델을 보여줬다. 한국에서 엘륄의 연구가 더 깊이 이뤄지길 바란다. 진리는 구약성경에서는 에메스란 히브리어로, 신약성경에서는 알레세이아란 헬라어로 쓰인다. 두 단어에는 공통점이 있다. 숨겨진 것, 감춰진 것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다. 겉이 아니라 안에 내재된 핵심을 밖으로 보여준다는 의미다. 진리를 드러낸다는 말은 외면적 팩트(fact)만을 정확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그 팩트에 담긴 본질적인 의미를 드러내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기독교 정신을 지닌 언론에선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미디어는 세상이라는 중력을 뛰어넘어 하나님의 관점에서 팩트 너머의 진실, 이를테면 하나님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 이 시대를 바라보는 하나님의 진심을 전하는 것이 기독교 언론의 사명이 아닌가 싶다. 사실에 입각한 보도 속에 기독교의 퍼스펙티브(관점)가 들어가야 한다. 그 관점이야말로 일반적인 사실을 더욱 의미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이다. 여기에 기독교 언론의 살 길이 있다고 본다.”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 보겠다. 여기 동성애 문제가 있다. 만일 교수님이 신문사의 최고 책임자라고 할 때에 어떻게 동성애와 관련된 문제를 보도할 것인가. 진리를 견지하면서 동시에 이 사회와의 렐러번시(연관성)를 어떻게 이뤄나가겠느냐는 질문이다.

“휴, 난제를 제시했다. 학교에서 동성애나 낙태 등을 가르칠 때에는 역사적, 혹은 맥락적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지금 질문에는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여기서 나는 그린 라이트(Green light·녹색등) 윤리를 제기하고 싶다. 동성애와 같은 문제는 상당히 복잡해 단순하게 찬성과 반대의 관점으로 다루다 보면 더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세상은 너무나 레드 라이트(Red light·적색등) 윤리에 사로잡혀 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며 편을 가른다. 그리고 가차 없이 상대편에 전쟁을 선포한다.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너무나 부정적이며 정죄적이다. 기독교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성애는 성경에서 분명하게 죄라고 적시되어 있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고 해도 성경적 원리를 유야무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는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다. 사랑의 원리도 작동되어야 한다. 사랑이란 관점 하에 성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듣고 그들의 이야기도 대변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린 라이트 윤리는 평균적으로 잘 소화된 입장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 미디어는 정치와 경제, 교육, 국방,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 깃든 하나님의 진심을 전해야 한다고 했다. 성경에 적절한 예가 있는가.

“물론이다. 성경 속에는 모든 사람들이 존중하는 3명의 리더가 있다. 다니엘과 요셉과 에스더다. 이들은 모두 세속 사회에서 믿음을 갖고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사람들이다. ‘세속 사회에서’란 말이 중요하다. 3명은 하나님께 헌신한 사람들이면서 동시에 세상에서도 업무 탁월성과 지혜, 갈등 조정 능력 등을 갖춰 일반인들은 물론 왕의 존경까지 받았다. 세속 사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마음껏 하나님의 뜻을 드러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기에 우리의 길이 있다. 기독교 미디어의 종사자들이 다니엘과 요셉, 에스더와 같은 이 시대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 진리에 굳게 서고, 그리고 탁월성을 갖춰 세상으로 하여금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냐?’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기독교 미디어는 다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세상을 온전하게 리드할 수 있다.”

-미디어, 특히 신문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제록스사에서 몇 년 전에 ‘책의 미래’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결론은 ‘양질의 책은 영원히 존재한다’(Quality books will exist forever)였다. 나는 신문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물론 종이 분야는 지금 죽어가는 산업(dying industry)이다. 그러나 신문 자체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자식이나 손주 세대가 우리처럼 신문을 읽지는 않겠지만 품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신문은 충분히 생존할 것이다.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 분야와 적극적인 컬래보레이션(Collaboration·협력, 합작)을 해야 한다. 정부와도 독립적이면서 협조적이어야 한다. 국민일보의 경우는 이미 교회와 컬래보레이션을 했다. 이 협력과 합작의 범위를 더 넓혀 가야 한다. 신문사는 스토리를 만든다. 지금은 스토리의 시대다. 이 스토리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에서 다른 분야와의 적극적 컬래보레이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리스천 저널리스트들은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가.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거하고 있는 직장에서의 일이 거룩하며 소명이 깃든 것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더할 것이 있다. 바로 킹덤 커미트먼트(Kingdom commitment·하나님 나라에의 헌신)를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지금 미디어 분야에서 하는 일이 하나님 나라 확장의 일환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 귀한 일을 완수하기 위해선 나의 목적에 헌신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로 보내신 자인 하나님의 목적에 헌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디어뿐 아니라 어떤 영역에서건 크리스천들은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책임을 물으실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일해야 한다.”

클리퍼드 크리스천스 명예교수는

△1941년생(미국 아이오와주) △일리노이대, 풀러신학대, 캘빈대, 남가주대 졸업 △1974∼2010년 일리노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1987∼2001년 일리노이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안식년 동안 옥스퍼드대, 프린스턴대, 시카고대 등에서 강의 △(현) 자크 엘륄 포럼 대표 편집자 △(현) 일리노이대 명예교수 △‘미디어 윤리(Media ethic)’ 등 저서 다수

만난 사람=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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