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국회 모습에 오버랩되는 상념 기사의 사진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게 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원천봉쇄하고, 필리버스터를 허용하는 것을 골간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의 별칭이었다. 지난 2012년 5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국회법이 곧 ‘국회선진화법’이겠다. 그 덕에 국회는 선진화됐는가. 국회 안에서 몸싸움이 없어진 것 같기는 하다. 전기톱, 해머가 등장하고 본회의장에 최루탄이 터질 때를 돌아보면 ‘이것만도 어디냐’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기득권 내려놓기의 상징이었던 기초공천 폐지 공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왜 대선공약 폐기를 여당의 원내대표께서 대신 사과하는지요? 충정입니까? 월권입니까?”

“너나 잘해!”

법 고쳐도 바뀌지 않은 언행

거대 정당의 대표들답지 못한 공방이 오가는 등 언어의 순화가 아직은 덜된 것 같으나 이 또한 과거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뿔은 고쳐졌다. 그러나 소는 죽었다. 회의장은 조용해졌지만 국회는 멈춰 섰다. 두 거대 정당 가운데 한쪽이 거부하면 어떤 법안도 국회를 통과할 수가 없다. 쟁점 법안만 그런 것이 아니다. 패키지로 묶이거나 볼모로 잡히면 방법이 없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그 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방송법 개정을 고리로 모든 계류법안 처리를 거부하고 있다.

“북한 무인기라는데 왜 아래아 한글 서체가 붙어 있느냐. 이것은 코미디다.” “더 웃긴 것은 북한 무인기라면 왕복 270㎞를 날아가야 하는데….” “북한 무인기라고 소동을 벌인 것에 대해 누군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것이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나온 어느 야당 국회의원의 선동성 조롱이고 으름장이다. 조금 기다려줘서 안 될 까닭이 뭔지 모르겠다. 왜 그처럼 반사적으로 국방부를 비웃고 윽박질렀을까. 고함소리 욕설 삿대질 등의 고질은 치유되고 있다. 대신 비아냥거리기 조롱하기 증세는 더 악화될 조짐이다.

“미치도록 친북이 하고 싶다. 최고 존엄이 다스리는 주체의 나라에서 이런 짓을 할 리가 없다. 미치도록 대한민국이 싫다. 대한민국 정부가 하는 건 다 조작이다. …너의 조국으로 가라!- ○○ 생각.” “<○○○ 너의 소원대로 해주마> 깐족대는 너의 입을 원망해라. 법대로 처리해줄 테니. 너의 감옥으로 가거라. …<□□□ 생각> ○○○ 의원, 미치도록 감방에 가고 싶나? 너의 안식처 감방에 보내주마.”

조폭들의 최후통첩이 아니다. 선진화된 대한민국 국회의 의원들 간 SNS 공방이다.

선동은 백주에 귀신 부른다

좀 세월이 지나면 국회,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선진화돼 있을까. 하긴 우리 민주대의정치의 역사는 일천하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아질 게 틀림없다. 제도에 관한 한, 그 짧은 헌정사에서 이 정도라도 정치발전을 이룬 게 어딘가! 문제는 여전히 후진의 굴레에 갇힌 정치인들의 의식과 행태다. 당사자들도 그걸 잘 안다. 그런데 이들이 내리는 처방이 어이없다. “제도를 고쳐서 우리의 의식과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식이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게 그 같은 의식의 소산 아니던가.

사람의 문제는 사람 스스로 풀어야 한다. 제도를 아무리 바꿔봐야 의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제도 탓을 그치는 지점에서부터 정치선진화는 시작된다. 하나 덧붙이자. 민주주의 이상의 민주주의를 누리려고 하지는 말 일이다. 권리주장, 자유주장을 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와 국가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해야 한다. 특히 선동정치는 이제 그만! 선동꾼은 백주 대낮에도 귀신을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이진곤(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