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계동] 유럽의 민주정치제도 기사의 사진

우리 국회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프랑스 방식의 개헌안을 제시하면서 국내 정치제도에 대한 개헌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우리의 현 제도는 미국식이기 때문에 유럽식 정치제도가 참고 대상이 될 것이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은 의원내각제(내각책임제)와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의원내각제는 의회의 과반수 당(또는 과반수 세력)이 행정부를 구성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서 의회와 정부가 융합되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의 대통령중심제보다 정책 추진이 용이하고 효율성이 높다. 또한 국민이 선출한 의원들이 총리와 장관으로 임명되기 때문에 내각의 책임이 보다 중요하게 나타난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거의 유일하게 의원내각제를 채택하지 않고,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이원집정제를 택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들 직선에 의해 선출되고, 총리는 의회 과반수 당에서 선출된다. 대통령은 안보와 외교 문제에 집중하고, 총리는 경제와 행정 등 내치에 주력한다. 권력을 분점한다지만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당에서 나오면 대통령중심제와 차이가 없고, 다른 당에서 나오게 되면 권력은 나눠 갖지만 정치적 대립의 가능성이 높고 업무 분야에 대한 구분도 명확하지 않아 갈등이 생길 우려가 있다. 이 제도보다는 국민이 선출한 의원들이 내각을 형성해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내각책임제가 더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제도로 보인다.

정치제도와 유기적으로 연관되는 것은 선거제도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선택하고 있는 비례대표 선거제도는 정당에서 작성한 후보 명부를 보고 정당에 투표하여 득표 비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도 일부 비례대표를 뽑고 있으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100% 비례대표로 의원을 뽑는다. 이 제도의 장점은 유권자들의 표심이 의석으로 거의 정확하게 표현된다는 점이다. 단점은 군소정당의 난립인데, 이를 막기 위해 일정 수준의 득표나 의석 획득을 하지 못한 정당에는 의석을 제공하지 않는 봉쇄 조항을 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사용하고 있으나 영국, 프랑스, 독일은 다른 제도 또는 변형된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다. 영국은 단순다수(소선거구)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 제도는 각 지역구에서 1표라도 더 획득한 사람이 당선되는 제도다. 이 제도의 단점은 선거의 왜곡 현상, 즉 유권자의 투표 지지율과 의석 비율이 불일치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제도의 장점을 꼽자면 제3당의 출현이 어렵기 때문에 양당제도가 확립되어 정치가 안정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프랑스는 단순다수제의 단점을 보완한 절대다수제를 택하고 있다. 결선투표를 통해 국민들의 과반수, 즉 절대 지지를 받아야 당선되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결선투표를 한다. 이 제도를 택하면 지역구 후보자를 당이 공천할 필요 없이 누구나 1차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고, 1차 투표에서 상위 득표한 자가 당의 대표로 2차 투표에 나갈 수 있다. 이 제도를 택하면 정당의 공천 대신 국민들이 1차 투표를 통해 후보를 정하게 된다.

이와 같이 영국과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차이가 있는 제도를 택하고 있으나 독일의 경우는 중간적 성격을 가진 혼합제도를 택하고 있다. 의원 선거의 경우 지역선거구와 비례대표를 50% 나누어서 뽑고 있지만 비례대표에 대한 투표에 더 비중을 두고 정당이 받은 표의 비율에 따라 전체 의석이 결정된다. 이러한 혼합선거제도 때문에 군소정당이 난립하지 않으면서 대체로 3개의 정당이 번갈아 연합해 정부를 수립하는 정치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어느 정치제도와 선거제도가 최고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제도를 연구·분석해 우리의 정치현실과 정치문화에 가장 적합한 제도를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계동 연세대 국가관리硏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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