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뱃머리 급히 돌리다 ‘외방경사’… 컨테이너 쏠려 침수” 기사의 사진

사고 원인은 뭔가… 전문가들의 분석

대형 여객선 세월호는 어떻게 그렇게도 허망하게, 급속도로 침몰한 것일까. 300명 가까운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둘러싸고 갖가지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급격한 항로 변경에 따른 선체의 기울어짐, 예기치 않은 암초에 의한 좌초, 선체 결함 등이 그것이다.

검찰과 해경 수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겠지만 전문가들은 무리한 변침(變針·진행 방향을 바꾸는 것)에 의한 ‘외방경사’(선박이 방향을 튼 반대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리한 항로 변경에 따른 ‘외방경사’=전문가들은 세월호가 급격한 항로 변경으로 중심이 무너지면서 침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 해역은 목포∼제주, 인천∼제주로 향하는 여객선과 선박이 항로를 변경하는 변침점이다.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이 지점에서 항로를 바꾸기 위해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고 그 여파로 적재된 차량과 컨테이너 등 화물이 쏠리면서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임긍수 목포해양대 교수는 17일 “(세월호가) 오른쪽으로 급회전하면서 관성작용으로 인해 자동차나 컨테이너 등 화물들이 반대 방향으로 쏠렸고, 이로 인해 선박이 기울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선박 내부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침수가 서서히 진행되다가 한계상황에 다다르자 급격히 선체가 기울었고 결국 사고 2시간여 만에 완전 전복됐다는 것이다.

20여년간 어선을 운항한 황모(47)씨는 선장이 속도를 올린 상황에서 급하게 변침 구간을 지나다 관성에 의해 배에 실린 컨테이너와 자동차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중심을 잃고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어민 이모(49)씨는 “사고 당시 ‘쾅’ 하는 굉음이 들렸다고 하는데 이는 선박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적재된 컨테이너 등이 선체와 부딪히면서 난 소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세월호 급격한 항로 변경 확인=해양수산부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항적 분석을 통해 세월호가 사고 직전 갑자기 항로를 바꾼 사실을 확인했다. 해수부는 “AIS 항적자료를 1차 분석한 결과 선박에 이상 징후(급 우현 선회)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세월호는 지난 16일 오전 8시48분 37초에 90도 정도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각도를 튼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가 급격하게 뱃머리를 돌린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항로를 갑자기 바꾼 시각은 전남소방본부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오전 8시52분보다 3분 빠르다. 박진수 한국해양대 교수는 “배 앞에 나타난 장애물을 피하려고 변침과 동시에 엔진을 사용해서 속도를 떨어뜨린 것 같다”며 “갑작스런 변침에 의해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복원성을 상실한 게 침몰의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윤 부경대 환경·해양과학기술연구원 공간정보연구소장은 세월호가 침몰 직전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사고 지점을 지나다 섬이나 선박 등 장애물이 보이자 피하려고 급격히 방향을 틀다 균형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객실 시설 확장이 침몰에 영향 줬을 수도=세월호가 객실 시설을 확장한 것이 선박 침몰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천지방해양항만청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2012년 10월 일본에서 세월호를 도입한 직후 이듬해 3월까지 전남 목포에서 객실 증설 공사를 진행했다. 3층 56명, 4층 114명, 5층 11명 등 총 181명을 더 수용할 수 있는 객실 증설 공사였다. 이로 인해 도입 당시 6586t이던 총톤수는 6825t으로 늘었다. 해운업계에서는 여객선 상부인 3∼5층에 객실이 추가로 들어섬으로써 무게중심이 기존보다 높아져 침몰 사고 당시 쉽게 기울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그러나 “검사 당시 선체 경하중량 점검 등 객실 증설에 따른 변화가 안전운항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점검했다”며 “운항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따라 등록 검사가 정상 통과됐다”고 밝혔다.

해경 관계자는 “객실을 늘리는 리모델링 공사로 선체 복원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운항과정에서 좌우 흔들림으로 결박한 화물이 느슨하게 풀린 상태에서 급격한 변침이 사고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월호가 큰 충격을 받아 적재 화물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 선체에 구멍이 뚫려 침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암초에 의한 좌초 가능성은=사고 선박이 침수되기 전 ‘꽝’ 하는 소리나 ‘지지직’ 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처음에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제기됐다.

백점기 부산대 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장은 “침몰의 결정적 원인은 의도치 않은 침수일 텐데 이는 주로 파공(구멍이 생기는 것)에 의해 일어난다”며 “파공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좌초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침몰 사고가 발생한 해역은 선박들이 일상적으로 다니는 통로이며 해도상 암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좌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인근 해역에 익숙한 진도 어민들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박종득 조도면장은 “여객선이 침몰한 해역은 비록 거센 조류로 유명하지만 6000t이 넘는 여객선이 걸려 피해를 줄 만큼 큰 암초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어민들도 이 해역은 수만t짜리 선박이 지나다니는 항로여서 암초에 의한 좌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목포해양대 임 교수는 “암초에 걸리면 어느 한쪽이 움푹 들어가거나 구멍이 뚫리거나 금이 생겨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여객선이 암초와 충돌했다면 배가 튀어나갈 정도의 충격이 있어야 하는데 생존자들로부터 그런 증언이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백 연구원장은 그러나 침몰 지점이 수심이 깊고 암초가 없는 해역이라고는 하지만 좌초가 아니라고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르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선박이 사고 1시간 전부터 왼쪽으로 자꾸 기울었다는 증언 등을 근거로 선체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목포=김영균 기자 R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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