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송세영] 자성과 회개, 나눔과 섬김 기사의 사진

올해 부활절을 맞는 한국교회는 침통하다. 부활의 기쁨을 찬양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무겁기 그지없다. 교회의 분열과 세속화, 물질주의에 대한 지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남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십자가와 부활의 정신으로 돌아가 한국교회와 사회가 처한 현실을 되짚어보고 빛과 소금으로서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십자가와 부활’로 돌아가야

주요 교단과 연합기관, 단체 등이 발표한 부활절 메시지에도 이 같은 고민과 문제의식이 반영돼 있다. 특히 이들 메시지에는 한국교회가 십자가와 부활 사건을 망각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자성과 회개가 빠지지 않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안타깝게도 이 시대의 교회는 고난의 현장을 회피한 채 크고 화려한 승리의 모습만 보여주려 했다”고 자책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한국교회는 여러 반목과 갈등으로 분열의 아픔을 겪고 있다”면서 “미움과 시기, 질투로 서로의 간극은 더 커지고, 지도자들은 기득권을 지키기에만 급급했다”고 반성했다.

한국교회에 대한 권면의 메시지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교회연합은 “가난과 질병, 장애, 차별로 고통당하는 이웃들이 많은 상황에서 부활의 주님께서 그리스도인과 한국교회에 겸허한 성찰과 진지한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도 “한국교회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 앞에 모든 허물과 잘못을 내려놓고 회개·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회의 자성과 회개는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에 대한 반성과 유리될 수 없다. 세 모녀의 죽음과 잇따른 아동학대, 세월호 침몰 사고 등은 뿌리 깊은 탐욕과 이기주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NCCK는 “우리 사회는 인간의 탐욕에 기초한 소비주의와 무한경쟁을 조장해 왔다”고, 미래목회포럼은 “개인의 타락과 학교와 가정의 붕괴, 기업의 몰락과 국가의 위기 등 세상은 사악함과 부패가 극에 달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 사건은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역의 방향을 보여준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모든 이웃들이 부활의 소망과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섬김과 나눔의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도 “소외받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웃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교회가 더욱 사랑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아픔 재연되지 않기를

희망적인 것은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제일 먼저 현장을 찾았던 한국교회가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진도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는 점이다. 이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현장으로 내려온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따뜻한 식사와 구호품을 제공하며 위로하고 실종자들의 성공적 구조를 돕고 있다. 구조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교회와 성도들도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긴급구호를 넘어 세월호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현재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기본’을 무시한 데서 사고가 기인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속도위주, 물질중심, 이익만능의 세태를 반성하고 생명, 평화, 정의의 가치를 회복케 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송세영 종교부 차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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