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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서승원] 새로운 地戰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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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해지는 동북아 지정학. 북한이 선두였다. 이젠 중·일 관계가 태풍의 눈이다. 한 중국학자는 아베 정권의 중국 적대시 정책이 120년 전 이토 히로부미 정권과 흡사하다고 설파한다. 일본에선 인민해방군이 1930년대 일본 관동군처럼 독단적으로 움직여 무력충돌을 야기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 측은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1914년을 거론한다. 중·일 영유권 문제에 연루되어 미·중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2012년 말 시진핑, 아베 정권이 들어선 뒤 격랑치기 시작했다. 먼저 시진핑 정권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에 대해 물리적 압박을 가했다. 뒤질세라 아베 측도 불퇴전의 각오로 국토를 수호할 것임을 밝혔다. 정면충돌을 먼저 피하는 쪽이 지는 치킨 게임.

일본 측의 역사 수정주의적 언행이 뒤이었다. 중국이 반발하자 아베 총리는 공산당의 반일(反日) 애국주의가 관계 악화의 원흉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그뿐 아니다. 남중국해 문제로 동남아시아연합(ASEAN) 포섭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CP)으로 동아시아를 아우르려 하면 일본은 미·일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견제에 나선다.

하지만 이를 패권경쟁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중·일 관계는 미·중 전략 관계에 의존한다. 미·중·일 관계에서 일본이 미국과 스크럼을 짜는 형태로 중국을 억제하려 하고 중국은 대미 관계 개선과 가장 약한 고리인 일본 공략으로 미·일 동맹을 이완시키려 하는 것이다. 중장기적 지전략(地戰略)의 충돌이다.

부연하면 첫째는 민족주의를 매개로 한 적대적 제휴관계다. 1990년대 이래 양국 강경파 세력은 서로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국내정치적 입지를 다졌고 이는 상대방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중국공산당 정권은 정통성 차원에서 애국주의를, 일본 보수우파는 보수 결집을 위해 역사 수정주의를 내걸었다. 현 두 정권은 이를 만끽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중국 해양 활동을 ‘바로 지금 여기에 직면하고 있는 위기’로 규정하면 시진핑 주석은 ‘영토 문제에선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호언하는 식이다.

둘째, 외교·안보적 비틀림도 현저해졌다. 고이즈미 정권이 미·일동맹을 통해 부상하는 중국에 대응한다는 정책기조를 마련한 뒤 아베 정권은 드디어 중국을 ‘가상 적국’으로 명시했다. 영유권 문제에 미국을 필사적으로 끌어들이면서 한국, 인도, 호주 등과의 민주주의 연대에 집착한다. 당연히 중국 측은 이를 전략적 포위로 간주한다. 중국 강경파가 미국의 중국 포위망 가운데 아베 정권이 선머슴처럼 가장 날뛴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셋째, 가장 심각한 것은 모두 지정학적 환원주의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자국이 상대의 위협에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대를 이질적인 체제로 규정한다. 아베 정권은 권위주의적인 공산당 정권이 군사력을 통해 국제질서를 변경시킬 것으로 본다. 시진핑 정권은 아베 정권이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세계질서를 부정한다고 비난한다. 서로 ‘수정주의 국가’로 낙인찍고 있는 셈이다. 철저한 ‘제로 섬 게임’ 이외에 옵션은 없다.

한국의 입지는 어떤가? 중·일 양국이 경쟁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은 대일 과거사 연대, 그리고 한·미·일 3각 동맹을 억제하려 한다. 일본은 북한·중국을 염두로 안보협력에 열심이다. 전략적 입지가 제고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양자택일적 상황이다.

새로운 지전략(地戰略)이 필요하다. 한반도는 분쟁지대가 아닌 교류 관문이 되어야 한다. 지향점은 통일과 그 이후다. 선악 구분과 가치외교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이슈마다 관련국을 적극 얽어매야 한다. 역사 정의에선 미국·중국·ASEAN, 북한 문제는 6자회담 참가국, 경제통합은 중국 및 미·일 모두와 긴밀해야 한다. 엄청난 집중력과 창의성이 요구된다.

서승원(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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