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상만] 재난관리체계 일원화 시급 기사의 사진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해 지금까지 사망·실종자가 300여명에 이른다. 실종자 상당수는 선내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 생존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바꾸는 등 대한민국을 안전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여러 곳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막상 대형 사고가 발생하자 허술하고 안이한 대응을 과거와 별다름 없이 보여주고 있다.

재난안전 관리는 일반적으로 예방, 대비, 대응, 수습 4단계로 분류된다. 예방과 대비는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이고, 대응과 수습은 사고발생 시 현장에서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구축, 조직 운영의 효율화, 사고발생 시 행동지침 실행과 현장 지휘체계 확립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시스템 마련은 더디기만 하다.

방사선 유출을 동반한 일본 대지진의 사례와 같이 환경 변화와 함께 대두되고 있는 재난의 대형화, 다양화, 복합화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같이 재난을 자연재난, 인적 재난, 사회적 재난 등으로 분류해 업무를 분장해선 안 된다. 재난관리 선진국처럼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재난 안전관리 기능을 통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 모두에게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자연재난은 소방방재청이 담당하고 있으며, 인적 재난을 포함한 사회적 재난은 안전행정부에서 총괄하고 있다. 이같이 이원화된 재난관리 업무체계는 이번처럼 중복 보고 및 상황관리의 혼선 등으로 재난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지연시킬 뿐 아니라 위기관리 대응에 불협화음과 허점도 드러내고 있으므로 재난 안전관리 컨트롤타워 구축을 통해 업무를 일원화해야 한다.

또 재난안전 관련 법령이 과도하게 분산돼 있고 상호 연계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안전 기준 등이 상이한 상황이다. 최근에 이어지고 있는 화학물질 관련 사고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에 분산 관리되고 있는 관련 법령 및 기준을 정비하고 조정하는 기능 강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재난 안전관리 체계 통합을 통한 조직 운영의 효율화가 이뤄져야 한다.

사고발생 시 행동지침이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생활화돼야 한다. 우리는 평소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규범을 장애물로 여기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평상시 안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사고발생 시 원칙대로 행동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재난 사고 현장에서의 지휘체계 확립은 사고를 수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사령탑의 지휘능력, 정부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 정확한 상황전달 능력이 그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주거와 식생활이 해결되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투자의 우선순위를 둔다. 그런데 우리는 안전보다 복지와 환경에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있으며 사고가 나면 수습에만 급급할 뿐 사고에 따른 교훈에 기반을 둔 치밀한 후속 대책과 시행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탑승자 수를 집계하는 데 이틀이 걸리고, 침몰까지 1시간 동안 상황관리가 안 되는 시스템으로는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어렵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이번 참사를 교훈삼아 선진적 재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시스템으로 사고발생 시 선명한 지휘체계, 신속한 의사결정, 정책과 집행의 일원화를 이루어 재난에 강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실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상만 (한국방재학회장·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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