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환경부가 규제완화 앞장선다고? 기사의 사진

“잘 짜여진 환경규제는 사회적 비용과 무임승차 줄여 국민 건강과 행복에 기여해”

환경부가 이달 초 규제 감축 목표를 담은 ‘환경규제개혁 추진방안’을 내놨다. 올해 안에 환경규제 10%를 없애고, 2016년까지 기존 규제의 75%에 일몰제를 적용한다는 게 골자다. 이는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방안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즉 국무조정실 계획은 등록된 전체 규제의 50%에 대통령 임기 중 일몰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규제부서로서 규제가 생명 줄인 환경부가 규제완화에 어느 부처보다 앞장서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또한 규제 총량을 줄이면서도 환경의 질이 지금보다 악화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환경부 고위 공무원들은 요즘 공식 회의에서는 물론 여러 부처 고위 관계자들의 비공식 모임에서도 집단적으로 몰매를 맞는다고 하소연한다. 왜 그럴까. 경제부처 장관들은 소비와 투자가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과도한 규제, 자기 부처 규제 말고 다른 부처 것 때문에 그렇다고 핑계를 댄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보듯이 자기 할 일을 못한 부처가 꼭 남의 탓을 한다. 환경부가 정권 초기에 대통령 공약에 따라 기업에 대한 과징금 조항을 담은 화학물질관리법을 통과시키는 등 나름대로 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나온 것도 경제부처와 기업들의 강력한 견제를 자초했다.

어쨌거나 이미 규제완화의 바람을 등에 업고 최근 환경규제가 잇따라 무뎌졌거나 그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의 주민의견 수렴 및 평가서 보완·시정절차 완화, 그린벨트 입지규제의 추가 완화, 풍력발전의 입지 규제 완화논의, 내년부터 적용키로 돼 있는 저탄소차 협력금제의 부과금 약화 움직임 등이 그것이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승용차 소비 유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해 이명박 정부 당시 녹색성장정책의 하나로 태어났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보다 많은 차를 살 때에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매기고, 기준보다 적은 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다. 시행시기를 내년으로 늦춘 관련법이 지난해 4월 통과됐다. 그러나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자동차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부담금 구간을 좁히고, 부담금도 최소화하기 위해 맹렬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 예컨대 쏘나타 2.0과 같은 급의 중형차가 지금과 같은 탄소배출량을 유지할 경우 환경부 구상대로라면 20만∼50만원의 부과금을 내야 하지만, 업계는 이런 중형차도 중립구간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부과금 대상차량은 극소수로 제한되며, 이 제도의 취지는 살릴 수 없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프랑스 등 극소수 나라만 시행하는 제도를 왜 굳이 우리나라에서 시행해 시장을 유럽 자동차에 내주려 하는가’라고 묻는다. 우선 중·대형차 선호현상이 우리나라에만 유독 뚜렷하기 때문이다. 2010년 국내 승용차 규모별 등록대수는 경차, 소형, 중형, 대형 비중이 각각 8.3%, 11.3%, 55.9%, 24.5%인 반면 일본은 26.6%, 25.0%, 26.3%, 21.9%이고, 프랑스는 39.0%, 35.0%, 11.0%, 15.0%다.

국내 판매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190.5g으로 유럽의 153.5g에 비해 24.1%나 많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측정방식의 차이를 고려하면 실제 차이는 40%에 이른다고 말한다. 문제의 핵심은 자동차의 저탄소 경쟁력에 있건만, 국내 업체들은 국내에서 유럽 및 일본 업체와의 경쟁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자동차는 발암물질을 포함한 대기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숱한 교통사고 사망자를 발생시킨다. 승용차 소비자들은 이런 사회적 비용의 일부를 세금이나 보험료의 형태로 부담하긴 하지만, 많은 비용과 희생에 대해 원인제공자로서 합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정당하고 잘 짜여진 환경규제는 그런 비용과 무임승차를 줄임으로써 국민들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사회 정의에 기여한다. 환경부가 경제부처에 대한 견제와 환경규제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