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장지영] 쿠바 야구, 한국에도 몰려오나 기사의 사진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쿠바 출신 LA 다저스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24)의 망명 과정이 논란이 됐다.

월간지 ‘로스앤젤레스 매거진’에 따르면 푸이그는 2012년 6월 멕시코 마약 밀매 조직의 도움을 받아 멕시코로 탈출했다. 쿠바 출신 브로커가 망명 비용 25만 달러(약 2억5000만원)를 먼저 지불하는 대신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하면 수입의 20%를 주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브로커가 망명 비용을 멕시코 조직에게 건네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멕시코 조직이 “푸이그가 다시는 야구를 할 수 없게 만들겠다”고 협박하자 브로커가 또 다른 폭력 집단을 멕시코로 보내 푸이그를 빼온 것이다. 푸이그는 며칠 뒤 멕시코시티에서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응해 다저스와 7년 4200만 달러(약 436억원)에 계약했다. 그리고 130만 달러(약 13억5000만원)를 브로커에게 지불했다. 이후 멕시코 조직의 협박을 받은 푸이그는 자신의 후원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우연히도 며칠 뒤 그 조직의 간부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 하는 망명 과정에 대해 푸이그는 입을 다물고 있지만 미국에선 대체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선수들이 섬나라인 쿠바를 자력으로 탈출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망명 과정에 브로커들을 찾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선수 탈출이 사업으로 간주되면서 최근엔 온갖 불법 조직이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가족을 인질로 잡는 경우도 있어 선수들은 이들 조직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실제로 텍사스에서 뛰는 레오니스 마틴은 지난 2010년 가족과 함께 쿠바를 탈출했지만 당시 브로커가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있는 바람에 연봉과 보너스의 30%를 내놓는 노예 계약을 해야 했다.

1990년대 들어 쿠바 경기의 악화로 야구 선수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자 돈과 명예를 위해 메이저리그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20여년간 무려 200명 가까운 쿠바 선수들이 미국으로 건너왔다. 다만 미국이 적성국 쿠바와 모든 상거래를 금지하고 있고, 쿠바 역시 자국 선수들의 해외 프로 리그 진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먼저 제삼국으로 망명한 뒤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해야 한다.

결국 쿠바 정부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망명이 지속되자 지난해 9월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할 경우 일정 금액을 국가에 귀속한다”는 전제 아래 미국 이외의 해외 이적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쿠바야구협회가 선수의 에이전트 역할을 하며 연봉의 20% 정도가 정부에 귀속된다. 선수들은 위험한 망명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는 데다 가족과 생이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 같은 방침을 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겨울 상당수 쿠바 선수가 멕시코와 도미니카공화국 등 중남미 리그에서 뛰었다. 그리고 지난 20일 쿠바의 강타자 프레데릭 세파다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와 계약금 5000만엔(약 5억원), 연봉 1억5000만엔(약 15억원)에 정식으로 입단 계약을 했다. 세파다는 쿠바 국적으로 일본 무대에 진출한 첫 사례로 취업비자 획득 등의 절차가 마무리되는 5월 중순엔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요미우리 외에 다른 일본 구단들도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쿠바 선수 영입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 구단들 역시 아마추어 최강으로 꼽히는 쿠바 선수들 영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쿠바 정부의 선수 해외 이적 금지 조치 해제가 앞으로 아시아 야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다.

장지영 체육부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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