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유재웅] 세월호 사고에서 배울 점 기사의 사진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세월호 참사다. 어처구니없는 사고지만 수습과정에서 정부의 시스템 부재, 비전문성은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 차제에 대한민국 안팎의 크고 작은 위기와 이슈에 대한 대응태세를 원점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독도와 동해, 역사왜곡 이슈는 단순한 일본과의 외교전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키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세월호 사고로 이슈에서 비껴갔지만 일본의 역사왜곡 책동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일본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이어 초등학교 교과서까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일제강점기 동안 자행한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 등 자신들의 치부는 빼거나 축소했다.

독도나 동해, 역사왜곡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도발할 때마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엄중 항의하는 방식을 반복해 왔다. 물론 기본적인 항의를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간 우리 정부가 취해 온 조치가 어떤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마침 전 세계 한인언론인 60여명이 최근 서울에 모여 대한민국의 국가이미지 관리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생생한 해외 현장의 목소리여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우리는 지금까지 국내 입장에서 알리고 싶은 것을 전파하는 데 주력해 온 경향이 있다. 제3자인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알리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 독도나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에 그들이 관심을 가질 이유를 못 느끼는데 거기에 무슨 이야기를 한들 소용이 있겠는가. 해외 제3자들이 우리 입장을 지지하게 만들려면 그들로 하여금 우리가 제기하는 이슈가 그들에게도 의미 있는 이슈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적 관점이 아닌 글로벌 관점에서 공감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쪽으로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해외 현지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우여곡절 끝에 교과서의 동해 표기 법안을 통과시키는 쾌거가 얼마 전에 있었다. 미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의 일이기도 하지만, 제3자인 미국의 입장 변화라는 점에 보다 큰 의미가 있다. 이 같은 결실이 있기까지 동포사회의 단합과 ‘미주한인의 목소리(VoKA)’와 같은 동포 언론의 숨은 노고가 있었다. 국내든 해외든 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표’를 갖고 있는 유권자다. 해외 교민사회는 나라마다 결집 강도가 다르지만 700만 재외동포, 수백개의 재외 동포언론들이야말로 현지에서 우리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 요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다. 이들은 다양한 현지 인적 네트워크라는 소중한 자산도 갖고 있다. 이들의 지원과 협력을 받아 제2, 제3의 버지니아 성과를 만들어내는 전략이 절실하다.

셋째, 국내 비정부민간단체(NGO)의 적극적 활용이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고 선진화될수록 여론 형성에 있어 정부 등 공공부문보다 기업, 지식인, 언론인, NGO 등 민간의 목소리가 커지게 마련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보다는 민간이 나서는 게 효과적이다. 국내에도 대한민국의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NGO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일본 역사왜곡 대응에 앞장서고 있는 사이버민간외교사절인 반크(VANK)와 같은 단체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일본 측이 사이버상에서 반크를 한국 정부기관으로 수시 매도하는 공세를 펼치는 현실은 역설적으로 이 단체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전 국민이 수학여행 갔다가 참변을 당한 우리의 아들딸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새삼 국가의 존재 의미를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세월호 사건은 독도를 지키고 일본의 역사왜곡 책동에 대처하는 우리 외교전략도 많이 변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담고 있다.

유재웅 을지대 교수·홍보디자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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