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김병삼] 진실은 없다! 기사의 사진

세월호 때문에 이렇게 많은 진실이 난무하던 때가 없었던 듯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대개 이런 말로 시작한다. “이건 진실인데요.”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진실이 너무 많다는 것이고, 너무 많은 진실로 말미암아 진실은 실종되어 버렸다.

2001년 8월 개봉된 ‘메멘토’는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 영화다. 전직 수사관인 주인공 레너드는 기억을 잃었다.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되던 날의 충격으로 10분 이상 기억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가 되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아내가 살해당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아는 한 범인은 ‘존 G’라는 인물이다.

반전을 거듭하며 영화가 말하는 것은 진실은 없다는 것이다. “기억이란 이성에 기반을 두어 기록되는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은 감성이 있기에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원하는 것만 믿게 된다.”

객관적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관이 진실을 만들 뿐이다.

스켑틱스(skeptics)라는 분야가 있다. 이 학문은 무언가를 맹신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하며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을 발견한다. 속이는 사람의 마음과 속는 사람의 마음에 같은 요인이 있는데 이는 ‘wishful thinking(무엇인가를 기대하거나 바라는 생각)’이다. 진실을 믿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 한다.

보고싶은 것 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두 주간 온 국민이 슬펐고 우울했다. 생때같은 자식들의 죽음 앞에서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시간이 흐르며 간절함은 상황이 어떠하든지 꼭 살아와야 한다는 소원으로 변해갔고, 변해버린 분노는 누군가를 제물 삼아 보상을 받으려는 듯보였다. 진실을 모르는 것인지 감추는 것인지 모르지만, 부정확한 정보는 국민으로 하여금 믿고 싶은 것만 믿으라고 강요하는 듯했다.

수없이 떠도는 괴담 때문에 같은 사건을 보고 이렇게 다르게 믿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까지 했다. 자신이 믿는 것과 다른 것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온 국민이 정의의 칼을 뽑아들었다. 진실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거짓이 만들어졌고 온 나라는 서로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진실 때문에 우리는 불행한 나라의 백성을 넘어 미개한 백성이 되어버렸다. 정의로운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 땅에는 불의한 사람이 많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불의’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내려졌다. “불의는 잘못된 ‘사실(fact)’이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른 것이다!”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며 누구 편을 들거나 누가 옳다고 말하려는 것이 진실은 아닌 듯하다. 이번 사건이 두려운 것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진실이 실종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2000년 전 예수께서는 유대 땅에서 스스로 의롭다 하는 자들을 향해 채찍을 드셨다는 것이다. 가장 정의롭다고 자부하던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을 향해 ‘회칠한 무덤’ 같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예수님은 알고 있었다. 아무리 진실을 주장해도 자기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것은 ‘독선’이고 ‘위선’이다. 사람들이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을 예수께 데리고 왔다. 죄인을 죽이는 것이 옳은지 살리는 것이 옳은지 물었다. 정의를 주장하면 사랑이 실종되고, 사랑을 주장하면 정의가 실종되는 순간이다.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말씀은 돌을 든 자들에게 너희는 정의로우냐고 물으신 것이다. 스스로 외쳤던 정의가 부끄럽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들은 비로소 돌을 놓았다. 평화가 찾아왔고 용서가 베풀어졌다. 진실은 없다! 그것만이 진실이다!

김병삼 만나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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