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승한] 기초를 다시 세우자 기사의 사진

참담하다. 충격이 분노로, 분노가 한탄으로, 한탄이 절망으로 변했다.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우리 사회의 어느 한곳 든든한 곳이 없다. 무책임, 무소신, 변명, 거짓말, 마피아 조직처럼 얽혀 있는 집단 이기주의, 나만 잘살면 된다는 저급한 성공주의, 이단 사이비 집단의 몰상식이 개인과 우리 사회를 깊은 병으로 몰아넣었다. 돈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천민자본주의와 배금주의에 빠져 돈 따라 질주하다 서서히 침몰해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과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상황은 가슴을 무너지게 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에 따라 탈출하지 않고 배 안에 남아 있던 착한 아이들, 이들을 남겨두고 도망친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은 충격을 넘어 분노를 샀다. 기울어가는 배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바다에 떠 있는 사람을 구조하는 해경 등 구조 당국의 태도는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정부의 신속하고도 적확하지 못한 대응은 국민의 자존심을 무너트렸다. 대통령의 적극적인 구조 명령에도 우왕좌왕한 컨트롤타워의 실종은 온 국민을 절망하게 했다. 구원파 교주 유병언 일가의 재산 축적과 몰지각한 기업 경영은 사이비 종교집단의 폐해를 여실히 드러냈다. 여기에 민생은 돌보지 않고 정쟁으로 시간을 보내왔던 정치권의 무능에 국민은 절망감을 느꼈다.

기본이 무너진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세포와 신경조직이 병들었다. 사회가 잘 지탱해 나가려면 가장 작은 세포조직인 개인이 우선 건강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할 때 사회는 건강해진다. 공동체에서 개인은 그저 집단에 묻혀서 가는 개체가 아니다. 그에게 부여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공동체는 병든다. 신경조직에 해당하는 정부기관과 공무원, 관계 당국, 기업 등은 더욱 중요하다. 명령을 전달하고 수행하는 이들은 원칙과 기본에 더 충실하고 투명해야 한다. 이 조직이 병들면 사회 전체가 무너진다. 대한민국의 문제점은 바로 원칙과 기본, 기초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어린 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 이 참사를 천민자본주의에서 탈출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는 국민의 정신적 윤리적 풍토를 바로잡으라는 질책으로 알아야 한다. 정부는 우선 교통수단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 점검을 하라. 제도를 개선하고 그에 따른 인적 쇄신도 단행하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추락한 국격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와 개인, 단체와 집단, 정치권과 기업, 종교계가 모두 뼈를 깎는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전 국민이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는 개혁이 필요한 때다. 이제 우리의 실력을 알았으니 기초를 다시 세우자. 대대적인 국민의식 개혁운동에 나서자.

뼈를 깎는 개혁만이 살길

개혁에는 대통령과 정부, 민간기업과 종교계가 앞장서야 한다. 교육 개혁을 시작으로 개인의 인성과 성품,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윤리회복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잠시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개혁이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지속적인 개혁으로 더 나은 미래를 후손들에게 남겨줘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는 일류 국가로 가는 길에서 낙오될 것이다. 우리 모두 악한 길에서 돌아서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며 절대자 하나님께 구하면 하나님께서 무너진 땅을 고쳐주실 것이다.(대하 7:14)

이승한 종교국장 s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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