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길수] 해상운송 안전 확보하려면 기사의 사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벌써 2주 가까이 되었다. 그 사이 미궁에 빠져 있던 침몰 원인의 윤곽이 드러났다. 변침에 따라 경사가 발생했고, 고박 상태가 불량했던 화물 컨테이너 및 승용차가 좌현으로 쏠리면서 급속도로 전복되었다.

이 사고는 무능하고 책임감 없는 승무원이 원천적으로 복원력(GM)이 불량한 기준 미달 선박을 관계 관청의 관리가 부실한 상태에서 운항하다 발생했다. 해양사고의 64% 정도는 인적 과실(human error)로부터 기인하는데 이번에도 여지없이 경영층과 실무자들의 인적 과실 때문이라는 게 증명됐다.

인적 과실 예방의 핵심은 안전교육인데 여기에 대한 투자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안전은 투자이고 비용인데 왜 우리는 안전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할까. 우리의 의식 속에는 안전은 공짜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살아 왔던 농경문화에서는 안전이 공짜였지만 산업사회에서의 안전은 대규모 비용이 투자돼야 비로소 획득되는 경제재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잊고 있었다.

사고는 예측된 사고와 예측되지 않은 사고로 구분된다. 이번에 발생한 사고는 예측된 사고였는데도 아무 준비를 하지 않아 예측되지 않은 사고처럼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국제 항해에 종사하는 대형 상선이라면 이번과 같은 사고는 예측된 사고에 해당되기 때문에 대응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고 또 훈련도 되어 있어 사고가 참사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현재의 우리나라 해양 안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인적 유착 관계에 따른 안전 시스템의 무력화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가장 주력해서 혁신해야 할 부분이 인적 유착의 고리를 끊는 문제다. 공무원과 안전관리기관간의 봐주기식 행태가 계속되는 한 안전은 절대로 보장될 수가 없다. 또 장기적으로는 안전감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행정 및 재정에 대한 감사가 주로 많이 이뤄지지만 국가적 대형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전감사가 꼭 필요한 제도다.

안전 확보에는 많은 돈이 투자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객선 사업자는 규모가 영세해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전혀 없다. 그러므로 지금 50개 정도인 연안여객 사업자를 통폐합해 2개 정도의 대형 선사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우수한 고급 해기사들을 영입할 기반도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의 일상적 안전 시스템은 그동안 많은 업데이트를 거쳐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재난 대응 시스템은 너무나 원시적이다. 그중 정보 시스템은 최악이다. 재난 시 정보는 너무나 중요한데, 이 정보가 민간 정보에 의존하다 보니 불확실한 정보가 양산되었고 이 정보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은 느릴 뿐만 아니라 오류를 가져왔다. 그러므로 우선적으로 재난정보망이 신속히 구축돼야 할 것이다.

정보를 포함한 재난의 모든 아이템을 총괄하는 기구로 재난안전청 신설을 제안한다. 지금도 소방방재청이 있다. 그러나 그 영역과 기능에 한계가 있으므로 국가의 모든 재난 및 안전 문제를 다루는 정부 기구가 있어야 한다. 이 기구는 철저히 전문가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 즉 다른 정부 조직과는 달리 전문가가 라인에 있고 행정가는 스태프 역할을 해야 한다.

재난·구조 시스템 운영에 있어서도 혁신이 요구된다. 현장 지휘통제는 해양·해난구조 전문가가 맡도록 해야 한다. 현장 지휘자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유관 부서의 장은 지원 위주로 업무를 바꾸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안하는 것은 초등학교에 ‘안전’ 교과목을 신설해 보면 어떻겠나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 전체의 안전의식이 너무 빈약하므로 한 세대 정도만 안전의식을 개혁하면 그 이후 세대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안전한 사회에서 살게 되지 않을까.

김길수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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