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안전 對 비용절감 기사의 사진

“법의 완결성보다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 처벌하는 검·판사의 인식전환이 더 중요”

세월호 참사도 역시 돈 때문에 발생했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돈을 더 벌기 위해 낡은 유람선을 증축했고, 화물을 규정보다 많이 실었다. 안전을 위한 비용은 거의 모두 절감했다. 정부는 안전 전담 기관 신설과 안전 예산 증액을 재발방지 대책으로 들고 나왔다. 그렇지만 실종자가 차디찬 시신으로 수습되고, 수사가 진행되는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기업, 관청, 학교들은 과연 안전을 우선시하고 있는가. 솔직히 비용 절감이 우선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왕국이다. 지금도 산업재해로 하루 평균 6명씩 숨져간다. 세계 굴지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그 계열사에서는 최근 두 달 사이에 8명이 산재로 숨졌다. 기업체에서 안전담당자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기업들은 말로는 안전 우선, 인재 우선이지만 인사할 때 보면 안전에 돈 안 들이고 비용을 절감한 임원, 사람 자르고 노동시간 늘려서 인건비 줄인 임원이 승진하는 게 일반적이다. 법과 정부의 규제도 많은 경우 무용지물이다. 법을 위반하고 노동자가 죽어도 물어야 할 벌금이 안전을 위해 들이는 돈보다 훨씬 더 적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세월호 참사가 나기 전까지 안전은 뒷전이었다. 행정안전부는 문패만 안전행정부가 됐을 뿐 안전 관련 조직과 예산은 줄었고, 그나마 고위 직제는 안전 전문가가 아닌 행정직이 거의 다 차지했다. 이 모든 관행이 사람 목숨이나 안전보다 경비 절감을 더 중시해 온 우리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반영한다. 물론 대놓고 물어보면 우리 모두가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타나는 행동은 다르다. 화학물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들에 보유 화학물질의 신고와 관리 의무를 강화한 법률에 대해서는 환경부를 제외한 전 부처가 반대했다. 그 규제 내용은 약화됐고, 처벌 조항은 거의 무력화됐다.

여객선 침몰 사고는 여러 가지 병원균들이 곪고 곪아서 터진 것이다. 지금 보면 청해진해운은 종업원 안전을 무시하고 관련법을 어기는 게 사업 노하우이자 제1의 기술인 기업이다. 선원과 승객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 또한 세월호 승무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그들 간에는 서로 이름도 몰랐다고 한다. 선원들에게조차 안전교육을 거의 안 시켰으니 승객의 안전을 염두에 둘 리는 만무하다. 비정규직인 선장이 승객 구조 명령을 내렸더라도 정규직 선원들이 말을 들었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선장을 포함한 세월호 승무원들이 승객과 배를 버리고 먼저 구조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 하지만 사고 원인의 직·간접성, 죄의 경중 등은 따져보아야 한다.

일차적으로 대형 사고, 중대 산업재해 등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 사건, 대구지하철 참사 가운데 삼풍백화점 대표가 징역 7년6개월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현장 책임자나 회사 대표가 3년 이상 징역형을 받은 경우가 없다. 해당 지자체의 안전담당 공무원은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았다. 산업재해의 경우 현장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대부분 수백만원의 벌금형에 그칠 뿐 구속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최근에는 위험한 공정을 하청업체에 맡기는 추세여서 발주업체의 현장 책임자나 대표는 그나마 재해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법규를 위반했거나 사고를 낸 기업인들에 대한 처벌 조항을 강화하기만 하면 우리 사회가 안전해질까. 우리나라 사법부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근로자나 소비자가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한다는 개발독재 시대의 사고에서 아직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박정희 시대의 부정적 유산이다. 산업재해, 소비자 피해, 기업 간 담합 등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 관행은 그렇게 고착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피해자 개인들의 집단소송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법의 완결성보다도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과 처벌하는 검사, 판사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법원은 더 이상 ‘기업이 망한다’는 엄살에 휘둘리면 안 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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