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훈] 법 준수 국민운동 벌이자 기사의 사진

우리는 신뢰 수준이 바닥에 떨어진 사회에 살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그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노후 선박을 증축해 정원을 늘리고 과적을 일삼은 선박회사. 승객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수칙을 저버리고 ‘나 홀로’ 도주부터 한 선장과 승무원. 업계와의 유착으로 여객선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매뉴얼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후 대응에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인 정부. 이 모두를 관통하는 것은 법도(法度)를 따르고 지키고자 하는 법 준수(legal compliance) 의식과 책임윤리의 실종이다.

힘든 보릿고개를 넘어 오로지 잘살아 보자는 일념으로 치달려온 탓일까. 우리 사회에는 남이야 어찌되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욕심이 팽배해 있다. 그래서인지 도처에서 불법과 위법, 편법과 반칙이 난무한다. 고용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노동사회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설이나 추석 명절이 닥치면 뉴스의 단골 메뉴로 으레 등장하는 것이 임금체불 문제다. 외국에 가서 이 임금체불 문제에 당국이 어떻게 대처하는가 물으면 질문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어떻게 세계경제 10위권에 있는 나라에서 그런 일이 자행될 수 있는지 의아해한다. 비단 이뿐일까.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편의점 알바를 비롯해 최저임금도 지급받지 못하며 일하는 근로자들이 얼마인가. 사회보험 가입 대상인데도 미가입 상태로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근로자들은 또 얼마인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유해·위험 예방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아 산재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하는 근로자들은 또 얼마인가. 육아휴직제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근로자들이 마음 편히 활용할 수 있는 일터가 얼마나 될까.

일본 아키타현 노동국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컴플라이언스 체크 텍스트’란 배너가 있다. 클릭해서 들어가면 노동관계법령으로 규정되어 있는 사항들이 일터에서 얼마나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 체크할 수 있는 텍스트를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이 텍스트에는 근로기준, 고용보험, 산업재해, 고용평등, 고령·장애자 고용 등에 걸쳐 채용에서 퇴직(해고)에 이르기까지 일터에서 준수해야 할 74개 항목의 리스트가 포괄되어 있다.

각 항목에는 예를 들면 ‘아키타현 최저임금을 알고 있습니까’라는 형식의 법 인지(認知) 여부를 확인하는 설문이 붙어 있다. 텍스트는 법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인지하고 있음에도 클리어하고 있지 않을 경우 동 노동국에 상담을 구하거나 클리어하기 위해 요구되는 각종 참고자료를 얻을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노동관계법규 준수는 근로감독관들이 사업장에 임검을 나간다고 해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노사가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는 당장이라도 일터에서 법규가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 체크할 수 있는 텍스트를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전국 어디서나 누구든 이를 활용해 법 준수 여부를 체크하고 또 클리어하기 위한 상담에 응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

법은 그저 만들어놓고 지키라고 해서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법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하다. 법이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해법을 노사정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찾아내야 한다.

그 해법을 찾는 사회적대화의 테이블을 제공하는 것은 노사정위원회의 몫이다.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켜지기만 한다면 노동시장의 공정 질서를 회복하고 갈수록 벌어지기만 하는 양극화의 골을 메우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노사정이 사회협약을 체결해 법 준수를 국민운동 차원에서 전개하기를 촉구한다.

김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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