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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이지현] 고독의 위로

[삶의 향기-이지현] 고독의 위로 기사의 사진

추위와 강풍이 몰아치는 해발 2000m의 수목한계선(樹木限界線). 이곳에도 자생하는 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거센 바람 때문에 가지와 잎이 깃발처럼 한쪽으로 쏠려 있어 ‘깃발나무’라고 불린다. 생존이 불가능할 것 같은 높은 산에 존재하는 깃발나무는 그 어떤 나무보다 재질이 좋아 천상의 공명을 내는 현악기의 재료가 된다고 한다. 그 강풍과 혹독한 추위 속에서 어떻게 그토록 견고하고 뛰어난 재질을 가질 수 있게 됐을까. 그것은 모진 환경을 견뎌내는 숱한 세월 속에 쌓아온 내면의 힘 때문이다. 이 신비한 원리는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듯하다.

역경에 굴하지 않는 힘

전쟁이나 테러를 겪은 사람들은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발생한 지 6개월 정도 지나면 서서히 예전의 상태를 회복한다고 한다. 정신의학자들은 이들의 상태에 따라 외상후 회복(Post-Traumatic Recovery)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군, 외상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군으로 나눈다.

그럼 어떤 사람이 ‘외상후 성장’을 하는 걸까. 그것은 개인의 ‘회복 탄력성’에 달려 있다. 회복 탄력성이란 물리학에서는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을 의미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한다. 이 심리적인 회복을 얼마나 잘하느냐는 타고난 체력과 성격, 가족과 주변 환경 등에 의해 달라진다.

외상후 성장한 대표적인 사람으로 복음전도자이자 NGO ‘사지 없는 삶(Life Without Limbs)’의 대표인 닉 부이치치를 이야기하고 싶다. 가장 불행할 수밖에 없는 신체적 조건을 타고난 그가 열정과 유머로 긍정적인 삶을 살게 된 것은 절망 가운데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었다. 그는 뼈아픈 고독의 외로움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4년 전 한 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탄은 우리에게 ‘가치 없는 존재’ ‘희망 없는 인생’이라고 계속 속삭입니다. 진리를 모른다면 거짓말을 믿을 수밖에 없지요. 진리는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신묘막측하게 지으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단 한순간도 우리를 포기하신 적이 없습니다.”

불행과 고통을 겪으면서 오히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달은 외상후 성장한 사람들에겐 특징이 있다. 삶의 우선순위가 다르다. 돈이나 외적 성취보다 친밀한 관계를 인생에서 더 중요시한다. 일상에서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다양한 대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또 종교나 영적세계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

희망은 고난을 이기는 대안

지금 세상엔 이별의 슬픔과 생의 고통을 극복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성장하려면 가족과 사회 구성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배려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외상후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이 회복을 거쳐 성장하는 길이다.

사람이 갖고 있는 감성의 힘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은 희망이 아닐까. 희망은 고난을 이길 수 있는 대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추위와 강풍이 우리의 삶을 위협해도 감춰진 희망을 찾아낸다면 우린 성장할 수 있다.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원한다면 현재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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