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창원] 국가안전 마스터플랜의 조건 기사의 사진

이번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내재돼 있는 온갖 부정적 측면들을 처참하게 드러내 보이면서 국민들에게 크나큰 슬픔과 상처 그리고 분노를 남기고 있다.

해운회사들과 이익을 사실상 공유하는 단체들에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선박안전관리, 선박검사 관련 실질적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결국 ‘운동선수들에게 심판의 역할까지 맡긴 정부’는 사고 예방, 대비, 대응, 수습 등 재난안전 관리의 모든 단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여기에 승객들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선장과 선원들이 먼저 배를 버리고 탈출한 무책임한 행위는 물론, 회사에 이익만 된다면 승객의 안전 같은 것은 쉽게 내팽개친 해운업체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이제 극에 달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가안전 마스터플랜’을 구축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한다. 이러한 마스터플랜은 국가안전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겠지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충분히 고려했으면 한다.

첫째, 마스터플랜의 명확한 방향성 정립이다. 필자는 무엇보다 마스터플랜의 궁극적인 목표를 ‘정부의 책임성 확립과 신뢰의 회복’에 둬야 한다고 본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최대 피해자는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 실종자 및 가족, 구조자, 그리고 사고로 인해 직·간접적인 충격과 자괴감, 우울증에 시달리는 분들 즉, 국민 전체다. 자신들이 선출한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불안하고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정부는 추락한 신뢰와 책임성 확립을 위한 마스터플랜과 상세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책임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할 마스터플랜의 주요 내용은 결국 ‘관료집단 개혁’이 돼야 한다. 물론 안전한 국가를 만드는 데 전 국민의 ‘안전 불감증’ 타파와 안전교육도 중요하겠지만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일반 국민이 아니라 ‘정부’에 있으며, 민간기업의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인 행태를 안전규제로 막지 못한 것 역시 ‘정부’와 ‘관료’다. 따라서 개혁의 일차 대상 역시 ‘정부’와 ‘관료’인 것은 명백하다.

셋째, ‘책임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는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현재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철저히 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더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가안전처’를 국가 재난안전 관리의 컨트롤타워로 신설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재난안전관리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가안전처가 신설된다면 사고현장의 지휘체계가 일원화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사고 현장에 있는 현장 정부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인명구조를 포함한 모든 활동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전 부처적 지원이 가능하게 하는 ‘총괄조정권’이 국가안전처에 부여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롯해 재난안전 관련 여러 공식조직이 지금도 운영되고 있지만 이번 참사를 통해 드러났듯이, 그 어떤 정부조직도 그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재난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또 신뢰를 줄 수 있는 정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부처간의 경쟁에서도 역시 ‘시장의 원리’가 작동될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부처에 대해서는 퇴출’을 요구하는 반면, ‘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부처에는 신뢰를 넘어 충성’까지 할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공정하게 정부조직관리를 하는 것이 이번 참사로 귀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조금이라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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