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바닥 기는 채소값 6월 반등한다는데… 봄김장 담가볼까 기사의 사진

채소 가격 폭락으로 고심하는 농민과 얇은 주머니 사정으로 고민 많은 가계에 ‘봄 김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봄 김장은 농산물 소비를 촉진해 채소 가격을 지지할 수 있다. 동시에 여름철 가격 반등을 대비해 미리 김치를 마련할 수 있어 가계에도 보탬이 된다.

◇봄 김장으로 일석이조=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에 지난해 김장철보다 싼 가격으로 김장을 담글 수 있다. 이달 김장 비용은 4인 가족(20포기) 기준 18만8011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김장철 중 가장 가격이 낮았던 11월 27일(19만1766원)보다 3755원 싸다. 지난해 5월보다는 20% 이상 낮은 비용이다. 정부가 때아닌 김장까지 담그자고 권고할 정도로 농촌에서 채소 가격은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떨어졌다. 지난겨울 이상고온으로 채소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 이유다. 배추(34.7%) 무(41.9%) 대파(41.7%) 등이 평년 대비 폭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고춧가루, 마늘, 쪽파 등 기타 양념채소도 10∼20% 정도 떨어졌다.

정부는 지금이 봄 김장의 적기라고 보고 있다. 여름이 되면 채소류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무는 15∼20도, 배추는 20∼25도 기온에서 가장 잘 자란다. 기온이 높아지면 꽃대가 올라와 상품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여름이 되면 중·남부 평지에선 무·배추를 재배하지 않는다. 대신 기온이 낮은 강원도 고랭지에서 고랭지 무·배추가 출하된다. 고랭지 배추는 가파른 비탈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물류비 등 생산 단가가 높아진다. 때문에 무·배추의 평년 가격은 연중 7∼8월 가장 비싸다. 김치에서 빠지지 않는 마늘도 재고량 대부분이 소진되고 햇마늘 출하가 마무리되는 6월 말부터는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배추가 금추됐다’는 기사가 나오기 전에 미리 김치를 담그면 한여름 주머니 사정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다.

◇다가오는 흉년의 기운=지난해 대풍년을 맞았던 과수 농가는 요즘 걱정이 많다. 사과는 지난해보다 20% 정도 꽃이 덜 피었다. 농촌진흥청 사과시험장은 4월 30일∼5월 6일 전국의 사과 주산지 농업기술센터와 선도 농가를 통해 개화량을 조사했다. 일부 농가는 개화량이 50%나 감소했다. 꽃이 진 뒤 씨방이 자라나 과일이 되기 때문에 개화량은 과일 수확량과 직결된다. 과수 농가들은 굵은 과일을 얻기 위해 꽃과 열매를 솎아내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조심스럽다. 평년 수준으로 꽃과 열매를 솎아내면 적정 수준 이하로 열매가 달려 나무가 과도하게 자란다. 나뭇가지들이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해 과일 색깔이 나빠지고 내년에 꽃눈이 부족해질 가능성도 크다.

한여름을 방불케 하다가 갑자기 서늘해지는 이상한 봄 날씨는 모내기를 앞둔 벼농가의 근심거리다. 밤과 낮의 기온차가 15∼20도에 달해 볏모에 각종 병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각 시·도 농업기술센터는 농가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방제법을 전파했다.

채소 가격 폭락으로 농식품 물가는 안정적이지만 해외 변수가 심상치 않다. 한동안 하락세를 나타냈던 국제 곡물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세계적인 기상이변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수급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밀·옥수수·대두 가격은 최근 2개월 동안 8∼19%나 상승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건조한 기후 여파로 미국 캔자스와 오클라호마 등 주산지의 겨울밀 생육 상태가 부진하다”며 “특히 최대 곡창지대인 중서부 지역은 저온으로 4월 중 옥수수 파종률이 평년보다 10% 포인트 이상 낮은 19%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쌀 이외의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해외 곡물 시세의 영향에 취약하다. 올해는 엘니뇨 현상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태풍과 집중호우 등 전 지구적 기상재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농업계에선 1980년 대흉작의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당시 세계적으로 냉해가 기승을 부려 우리나라는 생산 목표의 절반밖에 수확하지 못하는 대흉년의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부랴부랴 국제 곡물시장에서 쌀을 조달하려 했지만 가격이 50% 이상 급등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곡물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기본기’를 다져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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