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한 가지라도 제대로 바꾸려면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과거로부터 이어온 잘못된 행태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다시 잡을 것”이라며 “내각 전체가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국가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국가개조론’은 박 대통령의 이 언급에서 비롯됐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는 기제가 총체적으로 어긋나고 망가졌다는 절망감과 위기의식을 우리 모두에게 안겨줬다. 박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말한 인식의 배경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관료조직을 전면적으로 다시 고쳐 세우지 않으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는 참담하고 절박한 심정에서 제시한 과제라고 짐작이 된다.

그런데 ‘국가개조’란 너무 거창한 명제다. 국가를 어떻게 개조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고치면 개조가 될까? 개조된 국가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어디서부터 손을 대고 어디서 마무리해야 할까?

국민에게 改造의 길 물어야

1985년 54세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뽑혔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글라스노스트(개방, 정보공개)를, 그리고 이듬해 4월에는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재건, 개편)를 제창했다. 기실 고르비가 추구한 것은 레닌으로의 회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였다. 그러나 경제 침체와 국가 시스템 왜곡, 비능률 등 말하자면 논둑의 들쥐 또는 해충들을 잡기 위해 놓은 불이 온 들판은 물론 산까지 다 태워버렸다. 국민의 민주화 열망은 너무 강했고 고르비의 통제력은 이를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못했다.

역설적이게도 그 덕분에 구소련은 해체됐고 러시아를 비롯한 구성국들은 민주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고르비가 구상했던 것보다 훨씬 격렬하고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변화가 이뤄져 마침내 그 자신까지 개혁의 대상이 되고 만 것이다.

우리의 국가개조는 어떨까? 박 대통령은 5년 단임의 임기 가운데 이제 3년 9개월여를 남기고 있을 뿐이다. 전면적 개혁을 이끌 견인력을 기대하기는 이미 늦었을 수 있다. (물론 부분적 현상이라고 믿지만) 참모조직이나 내각은 비효율적이고 이기적이고 나태하기까지 하다. 정치권의 조력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게다가 정치적 반대세력은 기를 쓰고 대통령의 힘을 빼려고 할 게 뻔하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역발산기개세의 항우인들 어쩌겠는가.

추진력은 소통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운영 시스템, 이를 운영하는 정부, 이를 떠받치는 관료조직의 개조는 당위의 과제다. 다만 5년 단임의 대통령으로서 혁명을 꿈꾸어서는 안 된다. 우선 개조의 타깃을 한두 개로 압축하는 게 중요하다. 다음으로 긴요한 것이 아주 유능하고 헌신적인 참모진 및 내각의 구성이다. 이들과는 끊임없이 소통을 해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국가개조의 성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민심이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참모들은 참모들대로, 그리고 정부는 정부대로 팔 걷어붙이고 국민과의 소통에 나설 때에만 개조의 대상과 방향이 제대로 설정되고, 그 성공도 기약할 수가 있게 된다.

박 대통령은 1960∼70년대의 청와대, 그때의 기억과 경험은 다 잊어버려야 한다. 지금은 2010년대의 대통령으로서 이 시대가 허용하는 만큼의 권한 만으로 국가재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지난한 과업이다. 그래서 더욱 박 대통령의 꿋꿋함에 기대를 건다.

서울광장의 합동분향소를 찾은 날, 천안함 희생자들에게 흰 국화꽃을 올리던 그날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로 유명을 달리한 영혼들의 영면을 빌며, 그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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