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정부 조직 축소할 때다 기사의 사진

“해수부 폐지, 경제부처 통폐합, 고위직 대폭 축소로 세월호 참사 책임 물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주내에 세월호 참사에 따른 ‘관(官)피아’ 징벌 방안 내놓을 예정이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개혁 방안은 공직사회의 순혈주의 타파, 행정고시 제도의 폐지나 대폭 개편. 낙하산 인사의 견제 강화 등이다. 이것들만 제대로 시행된다고 해도 공직사회에 어느 정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변화가 오래 갈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공무원을 부패시키려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이권을 지키려 할 것이고, 기득권을 지켜줄 힘을 가진 공무원들은 반(反)개혁을 위해 다시 뭉칠 것이다.

무서울 것 없는 공무원들이 두려워하는 벌은 단 하나, 조직의 폐지나 축소다. 사실 그동안 중앙정부의 조직 축소는 많은 정부가 목표로 삼았지만 문패만 바꾼 채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세월호 사태에서 어떤 부처, 어떤 공무원들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하는지가 명백하게 드러났다. 공무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은 어렵고, 징계도 형식적이다. 따라서 국가적 재앙을 초래한 공무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체기합이고, 가장 엄혹한 응징은 책임 있는 부처 전원에 대한 승진 기회 박탈이다.

누가 어떤 부처와 직제를 없애야 할까. 20여년 전 일본 언론인 야야마 다로가 쓴 ‘관료망국론’이라는 책을 다시 읽었다. 일본 중앙정부의 편제는 식산흥업(殖産興業)체제 하에서 민생을 희생해서라도 우선 산업을 키우려는 취지에 따라 이뤄졌다. 저자는 “그러나 식산이 충분히 된 지금도 민생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통산성, 경제기획청, 운수성, 우정성, 노동성 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들의 사회보장비 지출 평균은 경제 활성화 지출의 두 배이지만, 우리나라의 전자는 후자의 절반이다. 산업 지원이 민생보다 여전히 우위에 있는 것이다.

다음 목차에서 성(省)을 부(部)로 바꾸면 거의 그대로 우리나라 얘기다. “지방행정을 농락하는 자치성 관료들. 진짜 도둑은 ‘종합건설’이 아니라 건설성, 1966건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운수성, 다른 성의 눈치나 살피는 쓸개 빠진 환경청 관료들. 국토 파괴에 열심인 국토청 관료들, 기업의 소비자 무시를 조장하는 통산성 관료들, 백해무익한 통산성, 농촌을 궤멸시킨 농림수산성 관료들, 대학을 허접 쓰레기로 만들어 버린 문교행정.”

중앙행정부처의 기능은 진흥, 규제 및 대민 서비스 등이다. 폐해는 규제보다 오히려 진흥업무 관련 직제 가운데 많고 그 정도가 심각하다. 진흥 업무랍시고, 국토를 파괴하고, 보조금으로 낭비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안기고, 시장과 가격 구조를 왜곡시킨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법적으로 공무원을 해고할 수는 없다. 중하위직들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 소방서, 고용안정센터 등 일선 대민 서비스 업무에 투입하고, 고위직들은 보직 전환을 거부할 경우 월급만 받는 ‘인공위성’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 임금피크제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제는 관료조직도 선배가 후배 밑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어느 때보다 ‘관피아’ 내지 공무원 사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여론화돼 있는 지금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 개혁을 위한 최적의 기회다. 최소한 해수부 폐지, 나머지 경제부처의 통폐합과 고위직 대폭 축소를 통해 세월호 사태의 직간접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감님들(고위 공무원)이 영감님들(사업자)의 사업 편의를 봐주고, 범법행위를 눈감아주는 관행에 제동을 걸지 못하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다. 그리고 개혁 과정에 공무원들의 참여는 물론 그들의 입김도 배제해야 한다. 부분적으로 성공했던 일본의 관료 개혁에서 배우자면 공무원을 배제한 대통령 직속 민간 자문기구에 외부 전문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노동계 인사들을 배치해 정부 조직 축소안을 짜도록 해야 한다. 관료 적폐를 척결할 물실호기를 놓친다면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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