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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서승원] 중·일 관계와 ‘그림자 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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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당연히 관계국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한국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올 것을 우려한다. 중국은 일본이 팔을 걷어붙이고 미국 주도의 대중 포위망에 나선다며 반발한다.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하는 미 오바마 정권은 환영 일색이다. 그동안 많은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외교·안보적 ‘미·일 대(對) 중국’ 구도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는 셈이다.

사실 이 구도는 21세기 초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어 왔다. 키신저가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2011)에서 지적한 것처럼 중국 측이 방어적 행위로 간주하는 것이 외부에 공격적인 것으로 취급되고 서구의 억제적인 움직임이 중국에서 포위 행위로 해석되는 상황이 누적되어 온 결과다.

세 차례 중요한 분기점이 있었다. 첫째는 2001∼2005년 미·일 동맹의 성격 변화. 미·일 동맹은 중국으로선 일본 군국주의를 억제하는 ‘병마개’였고 또한 자신의 경제적 부상을 도와 준 관대하고 우호적인 제도였다. 하지만 부시·고이즈미 정권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일본도 미국과 함께 나선다는 내용과 함께. 중국 측이 중시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위반이었다. 동맹을 선호하지 않는 중국에 남겨진 선택은 군사력 증강이었다.

둘째는 2006∼2009년 중·일 양국의 ‘전략적 호혜관계’ 합의에 따른 관계 개선. 당시 아베 정권은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악화된 대중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그에 이은 민주당 하토야마 정권은 호혜관계를 계승하면서 한·중·일 3국이 중심이 되는 동아시아공동체를 제안했다. 고이즈미 정권 이래의 대미일변도를 수정하고자 한 것이다. 후진타오 정권도 전향적이었다. 미·일 동맹 가속화를 제어하기 위해서였다.

셋째는 2010∼2012년 센카쿠-댜오위다오 문제로 인한 호혜관계 파탄과 대결. 중국 어선 충돌사건, 중국의 대일 압박 조치, 일본의 센카쿠-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 등 초강경 대응이 연이었다.

시진핑 정권과 아베 정권은 한층 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아베 정권의 거의 모든 대외정책을 흡입하는 블랙홀이 되었다. 시진핑 정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임자들에 비해 당과 사회의 기대에 적극 부응해야 하며 ‘중국의 꿈’이란 기치도 내걸은 상황이다.

흡사 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 투사’ 현상과 유사하다. 우리 자신이 무의식 상태에 가두어 놓은 우리의 부정적 측면을 상대방에게 투사하고 이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면서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을 말한다. 우려를 금치 못한 에즈라 보겔은 일본에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지, 과거사 사죄, 군사력 행사 포기 등을, 중국에는 대일 압박 및 적대감 자제, 일본의 대중 경제지원 인정, 일본 대중문화 도입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은 양 정권으로선 너무 허들이 높다. 게다가 양측 모두 관계 개선 그 자체를 원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우리는 현재 매우 곤란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과거사 문제처럼 일본에 대항하여 한·중 연대를 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일 동맹과 충돌함은 물론 한·미 동맹에도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관련국의 ‘그림자 투사’를 저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론 양측에 전략적 호혜관계로 되돌아갈 것을 설득해야 한다. 서로의 정치체제가 상이함을 존중하고 자원 공동개발을 통해 동중국해를 우호의 바다로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다. 중장기적으론 미·일 동맹과 중국의 관계가 다시 설정되어야 한다. 필연적으로 6자회담 활성화나 평화체제 논의가 따를 수밖에 없다.

서승원 고려대 교수·일어일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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