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내 의자를 내줄 수 있는 대통령 기사의 사진

“민주국가에서 모두가 대통령만 찾게 하는 국정운영은 고장 난 시스템이다”

독자들도 기억할 것이다. 3년 전 5월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후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그 상황을 보고받는 사진을. 점퍼 차림의 오바마는 브리핑을 맡은 합동특수작전 사령부의 마셜 B 웹 준장에게 가운데 자신의 자리를 내주고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또 안보보좌관, 비서실장, 합참의장 등 수뇌들은 뒤에 서서 설명 듣는 그 모습 말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자신의 자리를 내주고 한쪽 구석에서, 관련 수뇌들은 선 채로 저 아래 실무자의 설명을 듣는 모습이 상상이나 되나. 두 달 전 이 난에서 지적했듯이, 국무회의가 열리면 대통령은 깨알 같은 지시를 내리고 국무위원들은 한 자라도 놓치면 큰일 난다는 듯 긴장된 표정으로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대통령과 총리 각 부 장관들로 구성돼 나라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가 토론 대신 초등학생들이 하는 받아쓰기나 하고 있으니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겠느냐는 게 그 요지였다.

육지와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바다에서 백주에 수백 명의 생때같은 자식들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부모들과 온 국민이 가슴만 뜯을 뿐 속수무책으로 TV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던 것도 장관들이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국정 운영 스타일 탓은 아니었을까. 참사 후 한 달이 넘도록 수습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관계 당국이나, 대통령이 네댓 번씩 사과를 해야 하는 모습은 또 어떤가. 모두 자업자득 아닌지.

내각제였다면 성난 민심이 정권을 진작 뒤집어엎었을 것이다. 그 민심이 오는 6월의 지방선거에서, 정부 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밖에는 기대할 게 없는 야당을 도울지 지켜볼 일이다.

취임 이후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조직 개편과 비리 척결 등 국정 전반의 대개조를 약속했다. 늘 그래왔듯 또 정책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당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새 정책들을 집행할 새 내각과 청와대 새 진용일 것이다. 이 또한, 필자에게 총리를 추천해보라 해도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이 흔치 않다는 옛말대로 적임자가 얼른 떠오르지 않아서, 그 밥에 그 나물이겠지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도 많은 인물 정보를 가지고 있는 청와대가 좋은 사람을 찾아낼 것을 기대해본다. 굳이 의견을 말해 보란다면 거국내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신이 있으면서 박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사람 중에 총리 후보 등을 물색해보라고 건의하고 싶다. 대통령 주변에 국정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야당’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앞서도 이 난에서 인용했듯 세종대왕은 자신의 왕세자 책봉에 반대했던 황희를, 당 태종 이세민은 황태자이자 그의 형이었던 이건성에게 이세민이 위험인물이니 죽여야 한다고 건의했던 위징(魏徵)을 중용하여 그들의 보좌로 명군이 되었다. 링컨 대통령은 자신을 일리노이의 원숭이로 비하하고 그의 대통령 당선을 미국의 재앙이라고 하던 스탠튼을 국방장관에 기용하여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대통령 후보 경합자였으며 후에 알래스카를 사는 업적을 남긴 윌리엄 스워드를 국무장관에 임명했다. 오바마도 대선 후보 경합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기용하여 좋은 콤비를 이뤘었다. 라이벌이나 반대파 인물을 중용할 때 ‘적’을 ‘동지’로 만들 뿐 아니라, 포용력을 보여주고, 쓰지만 양약이 될 반대 의견을 들을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다. “국무회의에서 내가 발언할 때 메모하지 않고 쳐다만 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받아쓰기보다는 토론을 시키고 창의력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할 일을 찾아 하게 해야 한다. 만기친람 스타일에서 벗어나 권한을 적절히 배분하고, 때론 자신의 의자를 실무자에게 내줄 줄도 알아야 한다. 위기에서 관계자들 모두가 뭘 해야 될지 허둥대고, 모든 사람들이 청와대만 찾는 상황은 고장 난 시스템이다. 대통령이 고쳐야 한다.

백화종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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