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름대로 ‘길들여진 나의 생각’이 있다. 고정관념이 그것이다. 경찰서장인 나도 범죄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확고했다. 법대로 처벌하면 된다는 틀에 박힌 ‘공식’을 좋아했다. 과연 이러한 고정관념이 옳은 것일까?

주변에 부모의 이혼과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여러 번 탈선한 중학생이 있었다. 이웃들의 무관심까지 더해 볼링 운동부에서도 퇴출됐다. 만일 공식만 고수하는 경찰관이라면 그 학생을 법의 잣대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최근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 생겼다. 학교전담 경찰관이 ‘법대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고 격려를 해주자 그 학생은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었다. 그러더니 볼링공을 다시 잡고 싶다면서 운동부 복귀를 강하게 희망했다. 이에 학교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 덕에 다시 운동을 할 수 있게 됐고, 급기야 최근 개최된 볼링대회에서 은메달을 두 개 획득한 데 이어 전국볼링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올렸다. 또 내년에 체육특기생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현재 그 학생은 장학금을 받으면서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미래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며 ‘퍼펙트’를 위해 수 없이 볼링공을 굴리고 있다.

만일 학교전담 경찰관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볼링공도 없었고, 희망도 없었을 것이다. 고정관념 속에는 수직적 사고와 흑백논리, 권위주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습관과 관습, 전통에 길들여진다. 그러면서 익숙했던 일이나 사물에 대해 지나치게 가치를 부여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경향을 띠게 되기 마련이다.

사람과 조직만 바꿔선 변화를 이룰 수 없다. 의식과 사고를 개조해야 한다. 특히 공직자들은 진정으로 국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 마음에 젖어들어 행동해야 한다.

고정관념을 깬다는 것은 일상의 궤도를 이탈하는 것이 아니다.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사물을 유연하게 보고 인식하는 것이다.

고정관념의 틀을 깨야 비로소 세상이 올바르고 정확하게 보인다. 익숙해져 있던 관행에 무언가 잘못이 있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각자가 갖고 있는 생각의 틀을 깨자. 그리고 오랜 시간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그릇된 관행들을 하나하나 고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우리 모두 힘을 보탰으면 한다.

박이갑(경남 양산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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