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때 바이올린 사 달라고 졸라…” 94세 최고령 바이올리니스트 기틀리스 방한 기자 간담회 기사의 사진

94세의 현역 바이올리니스트는 오랜 시간 여행에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으나 표정만큼은 밝고 열정적이었다. 세계 최고령 연주자인 이스라엘 출신의 이브리 기틀리스(사진)가 21일 서울 중구 칠패로 주한 프랑스문화원에서 내한공연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예정된 시간보다 30분가량 늦게 도착한 그는 “어젯밤 늦게 서울에 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아침에 늦잠을 잤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침식사를 대신해 빵과 커피를 먹으며 간담회를 진행한 그는 “20세기였던 1994년 한국에 온 적이 있는데 20년 만에, 21세기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에 대한 각별한 인연 같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건 없지만 한국 음악을 많이 알고 있고 한국인들에게 특별히 애정이 간다”고 답했다.

“20년 만의 내한공연에서 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음악은 언어가 달라도 모두 알아들을 수 있다”며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곡을 연주하는 연주자마다 각기 스타일이 있지만 청중과 한마음으로 묶을 수 있다는 점이 음악의 기능이자 역할이지요. 화음과 소통의 무대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된 계기를 묻자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렸다. “네 살 때 부모님께 생일 선물로 바이올린을 사 달라고 했어요. 선물을 받고는 좋아서 종일 연주하고 그랬는데 연주할수록 어려운 거예요. 나중에는 엄청 후회하기도 했어요. 차라리 비행기 같은 걸 사달라고 할 걸 하고요. 그랬으면 이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을 텐데….”

열 살 때 프랑스 파리음악원에 입학한 그는 졸업 후 조르주 에네스코, 자크 티보, 칼 플레시 등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세계 2차대전 중 영국 런던의 군수물자 공장에서 근무하다 영국군 엔터테인먼트팀에 합류해 공연했다. 전쟁 후 런던 로열알버트홀에서 런던필하모닉과 데뷔 무대를 가졌고, BBC심포니 등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흠 없는 기교와 열정적인 연주,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선율을 선사한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25일 오후 7시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여는 연주회에서는 바흐의 ‘샤콘’, 생상스의 ‘론도 카프르치오’,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 엘가의 ‘변덕스런 여자’,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영화배우와 지휘자로도 활동한 그의 무대가 기대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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