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유재웅] 기로에 선 규제개혁 기사의 사진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려던 규제개혁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사고로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 기조가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장장 7시간 동안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가 열렸던 것이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3월 20일이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규제개혁 저항은 죄악”이라며 강력한 규제 혁파를 주장했다.

규제개혁은 끝이 없는 전쟁과 같다. 우리가 갖고 있는 많은 규제는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대부분이 누군가 위법, 탈법행위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규제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 대책도 궁극적으로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법·제도 개혁으로 귀결되고 있다. 역대 정부 중 규제개혁을 강조하지 않은 정부가 없었지만 대부분 미완의 개혁으로 그치고 만 것은 규제가 갖고 있는 이 같은 근본적인 속성에 기인한다.

규제개혁 문제가 해결이 쉽지 않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규제로 인해 우리 사회의 각 경제주체가 치르는 부담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는 규제개혁 문제를 꺼내기 매우 어려운 분위기이지만, 규제개혁 문제는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규제개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아니라 어떤 목표와 전략, 프로그램을 갖고 추진할 것인가다.

첫째, 규제개혁은 규제를 무조건 없애거나 완화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일이다. 규제개혁은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자는 것이지 필요한 규제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생명, 안전과 관련된 분야가 특히 그렇다.

문제는 규제와 관련된 많은 사안이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특정 분야만을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완화 대상을 가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규제개혁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설사 힘들고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구체적인 사안별로 면밀하고 철저한 사전 검토가 요청된다.

둘째, 규제개혁은 질적 개혁이 중요하다. 규제 총량을 몇 건에서 몇 건으로 감축했다는 것은 행정보고나 대국민 홍보용으로는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지만 국민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개혁의 건수가 아니라 얼마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규제개혁을 했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규제개혁 대상에 대한 경중과 완급을 가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제개혁 추진 과정에서 국민 다수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규제의 실효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사건은 유명무실한 규제는 있으나마나하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규제가 필요해서 만들었으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개혁도 중요하지만 유지되거나 강화된 규제가 과연 실효성 있게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지속적으로 상황 변화에 맞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규제로 인해 사회적으로 얻는 이득과 비용을 비교해 이득이 클 때만 규제를 유지시켜 나가는 원칙을 세워야 제대로 된 규제개혁이 될 것이다.

넷째, 규제개혁을 특정 정권의 업적으로 연결시키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실적을 의식하면 자칫 득실에 대한 정교한 검토 없이 단기 속도전식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실효성을 상실한 불필요한 규제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하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규제마저 분위기에 휩쓸려 없애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은 정부가 국민에게 시혜적으로 베푸는 일이 아니라 ‘의무’다. 정부가 마음을 비우고 옥석과 경중을 잘 가려가며 규제개혁을 꾸준히 추진한다면 국민들이 정부의 업적을 먼저 피부로 느끼고 알게 될 것이다.

유재웅 을지대 교수·홍보디지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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