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성진] 새 총리 성공조건 기사의 사진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국무총리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청와대 가 밝힌 “공직사회와 정부 조직을 개혁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국가개조를 성공적으로 수립할 분”이라는 지명 이유에는 대통령이 신임 총리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이에 화답하듯 안 후보자는 “제게 국무총리를 맡긴 이유는 과거 수십 년 동안 쌓여 온 적폐 등을 일소하고 개혁을 추진하라는 뜻”이라며 ‘물질과 탐욕’의 패러다임을 ‘공정과 법치’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 적폐 척결을 목표로 하는 공직사회와 정부 조직의 개혁’으로 요약되는 이번 국무총리 지명의 이유는 총리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노출된 공적 조직의 시스템을 복구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나락에 빠진 정부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다시 말해 공적 조직의 구성원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기보다 개인의 사적 이익을 앞세우고, 때로는 공적 지위를 이용해 스스로의 이익을 채우려 하는 이른바 ‘권력의 사유화’ 현상이 팽배해 있음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음으로써 정부 조직의 공적 기능을 회복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 후보자가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많은 이들이 제기하듯 일차적으로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영향력에 좌우되기보다 스스로의 소신을 가지고 국정의 권한과 책임을 분담하고 이에 충실히 매진하려는 자세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맡아 공익 증진을 중심으로 정부 조직을 정상화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안 후보자가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과거 법조인 시절 안 후보자가 보여준 이력들로 볼 때 그가 검사 그리고 대법관으로서 소신과 책임감, 그리고 추진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이러한 이미지는 그가 법조인으로서의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법조인에게는 법률과 판례라는 절대적 기준이 주어져 있으며 그 역할은 이러한 테두리 내에서 사안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놓여 있는 바, 그는 이를 충실히 실천한 법조인이었다.

그러나 이제 총리 직무를 수행하게 될 안 후보자에게 법률과 판례는 더 이상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법률과 판례는 시대 변화에 따라 가변적인 것이며, 공익의 증진이라는 목표에 따라 때때로 수정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률과 판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자칫 그것을 획일화된 기준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그것이 파생할 수도 있는 불평등과 부조리를 보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것 자체가 때때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게 한다. 때문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옳고 그른 길을 판단해 국가가 바른 길, 정상적인 길을 가도록 소신을 갖고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겠다”는 그의 포부는 법조인으로서 필요한 자세일지는 몰라도 총리로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는 구성원의 자유와 평등에 근간을 두고 있기에 다양성의 인정을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따라서 공적 조직의 정상화와 이를 통한 신뢰 회복이라는 목표를 위해 총리는 주어진 기준의 기계적인 적용보다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이를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물론 그 속에서 절대적인 판단 기준은 당연히 국민이 된다. 결국 법조인으로서 그가 보여준 이미지가 총리가 되어서도 온전히 이어지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을 중심으로 스스로의 역할과 판단 기준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하며, 이는 안 후보자를 성공적인 총리로 이끌어줄 출발점이 될 것이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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