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의 용감한 도전] 겁없는 토종 알, IT 바위 향해 돌진하다 기사의 사진

한 토종 소프트웨어 업체가 계란(알)으로 바위치기를 하는 중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당연히 계란이 깨진다. 게다가 ‘바위’가 세계 굴지의 IT 기업이라면 계란이 승전보를 울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이 싸움은 볼만하다. ‘알’의 내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IT 공룡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스윙 브라우저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인 줌인터넷이 만들었다. 3년간 15명의 개발자가 40억원을 들여 완성했다. 원래는 ‘알 브라우저’라는 프로젝트 명으로 시작됐다. 줌인터넷이 알집, 알씨 등을 만든 이스트소프트의 자회사인 때문이다. ‘알 시리즈’의 성공을 브라우저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고심 끝에 이름을 바꿨다. 빠른 속도를 강조하기 위해 고른 이름은 ‘스윙(Swing)’이었다.

스윙 브라우저는 지난해 12월 공식 출시됐다.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싸워야 할 상대가 글로벌 IT 기업이기 때문이었다.

글로벌 IT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국내 브라우저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익스플로러가 74.43%(PC 기준)로 여전히 절대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 뒤를 구글 크롬(22.36%)이 추격하고 있다. 크롬이 약진하긴 했지만 여전히 3배 이상의 격차다.

국내 브라우저 시장이 익스플로러에 지배당하는 건 액티브X 때문이다. 액티브X는 특정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설치되는 확장 프로그램으로 익스플로러 환경에서만 사용된다. 확장성과 편의성이 좋지만 이를 이용한 악성코드 설치 등 보안문제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배제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금융 서비스가 액티브X 환경 하에서만 가능해 어쩔 수 없이 익스플로러를 사용해야 한다. 액티브X는 웹표준 기술도 아니다.

결국 크롬 사파리 파이어폭스 등 웹표준 기술을 적용해 더 빠르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브라우저가 있음에도 액티브X에 묶여있는 것이다.

◇1%의 기적 만든다=스윙 브라우저는 이런 국내 인터넷 이용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들고 나왔다. 액티브X를 완전히 배제하면 불편한 게 현실이니 이를 수용하자는 것이었다. 대신 액티브X가 필요 없는 곳은 웹표준 기술을 통해 접속토록 해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즉 은행 사이트 등 액티브X가 꼭 필요한 곳은 익스플로러의 기술방식을 적용하고, 필요 없는 곳은 웹표준 기술을 사용한다.

편의성과 속도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줌인터넷 관계자는 “개념은 쉬웠지만 완벽하게 구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스윙 브라우저는 지금까지 20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실제 사용자는 130만명가량 된다. 국내 브라우저 점유율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줌인터넷은 추정하고 있다. 스탯카운터는 아직 스윙 브라우저를 시장점유율 산출에 포함하지도 않고 있다. 숫자로만 보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MS 구글 애플 등과 겨뤄 5개월 만에 거둔 성과로 보면 의미 있는 수치다.

스윙 브라우저는 이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빠르고 호환성이 좋다는 게 소문이 나면서 IT 업계 관계자나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들이 먼저 스윙 브라우저를 찾았다. 스윙 브라우저는 빠르게 번지고 있다. 중견 IT 업체에 근무하는 서모(30·여)씨는 “동료가 권해서 설치했는데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성장하려면 초보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 스윙 브라우저는 속도, 호환성과 더불어 한국에서 사용하기 가장 안전한 브라우저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줌인터넷은 최근 스윙 브라우저를 사용하다 해킹·피싱 피해를 당하면 건당 최대 100만원을 보상해주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브라우저상에서 입는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나선 것은 스윙 브라우저가 처음이다.

스윙 브라우저는 지난달 28일 익스플로러 보안 취약점이 새로 발견됐을 때 국내에서 가장 빨리 패치를 내놨다. 모회사인 이스트소프트의 ‘알약’과 협업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스윙 브라우저는 피싱 사이트나 악성코드를 배포하는 사이트를 차단하는 ‘안티피싱’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 자주 나타나는 공격 형태를 수집·분석하기 때문에 익스플로러나 크롬 등 외국 제품보다 보안성도 좋다는 입장이다. 줌인터넷 관계자는 “국산 브라우저이기 때문에 써야 한다는 식의 애국심 마케팅을 할 생각은 없다”면서 “어떤 제품보다 보안, 속도, 호환성이 뛰어난 브라우저로 평가받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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