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기’ 상가권리금 드디어 법 테두리 안으로… 120만명 권리 보호 기사의 사진
정부가 24일 발표한 상가권리금 보호 대책은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최초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상가권리금은 점포의 위치, 단골손님 및 상권의 규모 등 상가의 가치를 인정해 상인끼리 주고받았던 할증금 성격이다. 그동안 변변한 통계조차 없어 정책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 결국 누군가는 권리금을 날릴 수 있는 위험 탓에 ‘폭탄 돌리기’로 불리기도 했다.

◇권리금, 법 테두리 안으로=정부는 의원입법으로 추진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처음으로 상가권리금을 정의했다. 대법원 판결이 반영된 개정안 10조는 권리금을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 노하우, 상가건물 위치에 따른 영업상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 대가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월세)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이라고 규정했다.

법무부는 “권리금이 있는 상가 세입자가 전체의 55%고 이들 중 85%가 향후 권리금을 받고 나가겠다고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권리금의 실체적 가치를 인정해 120만명으로 추산되는 상가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모든 임차인이 5년간 계약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확대한 조항이다. 건물주(임대인)가 바뀌어도 환산 보증금 규모에 관계없이 기존 임대차 계약 내용을 새 건물주에게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을(乙)의 위치였던 임차인이 권리금 주장의 기초가 되는 대항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임차인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만 돌려받고 나가야 했던 경우가 많았다.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내고 입주할 새로운 임차인을 데려와도 임대인이 계약해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임대인이 직접 물색한 새로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아챙기는 경우도 잦았다. 때문에 개정안에는 기존 임차인이 가게를 넘겨받는 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임대인이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포함됐다. 임대인이 협력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권리금을 넘지 않는 선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임대차 분쟁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도입하기로 한 표준계약서는 사용을 의무화할 경우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이면 거래가 발생할 수 있어 강제 조항으로 규정하진 않기로 했다. 특정 점포의 적정 권리금은 분쟁조정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한국감정원이 국토교통부가 새로 만드는 고시 기준에 따라 산정하게 된다.

◇임대료 상승 우려 등 한계도=정부의 이번 발표로 기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들이 상당히 개선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계와 문제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상가권리금 법제화 이후 임대료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권리금 회수가 보장되면 기존 상인은 유·무형의 자산 가치를 높여 부를 가능성이 높다. 권리금의 속성에는 미래 영업에 대한 기대치, 투기적 요소도 일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권리금 규모가 투명하게 드러나면서 임대인이 임대료를 높이려고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막겠다는 구상이지만, 제한 기준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재개발·재건축으로 건물이 없어지면 기존 상인이 권리금을 받을 수 없는 한계도 이번 개정안에서는 개선되지 않았다. 용산참사도 재개발 상가의 권리금을 둘러싼 갈등에서 촉발됐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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