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과 거룩을 잇는 그 이름 ‘형제’… 개그맨 문천식, 문대식 목사 이야기

세속과 거룩을 잇는 그 이름 ‘형제’… 개그맨 문천식, 문대식 목사 이야기 기사의 사진
삶의 환경이 ‘상극’인 두 형제가 있다. 형은 가장 영적인 공간에서 성령사역을 하는 거룩한 목회자다. 동생은 세속적인 공간에서 늘 쫓기듯 바쁘게 사는 연예인이다. 형제의 서로 다른 삶은 마치 ‘N극’과 ‘S극’ 같다. 그런데 이들에겐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부담’이 존재한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아버지의 말씀이다. “형은 나중에 한경직 목사님처럼 돈 없는 목회자가 될 거야. 그러니 아우는 물질로서 형의 사역을 도와야 한다.” 동생에겐 더 한 짐이 아닐 수 없지만 그는 말한다. “부담스럽지만 불쾌하진 않다.”

늘기쁜감리교회 문대식(43) 목사와 개그맨 출신 연기자로, 요즘엔 홈쇼핑업계 ‘완판남’에 등극한 문천식(38) 집사 이야기다.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의 교회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서로 상극에서 살지만 ‘동역’할 수밖에 없는 형제간 이심전심(以心傳心)을 들어봤다.

아버지의 기도 “큰 아들은 목사, 둘째는 돕는자”

문 목사는 연예인 동생보다 좀 더 잘 생겼다. “형 친구들 보면 참 과간이다. 삼촌 같고, 머리도 많이 벗겨지고. 우리 형은 동안이다.” “동생하고 키 차이가 10㎝나 난다. 내가 얼굴이 작고 동안이지만 확실히 동생은 옷을 입으면 태가 다르다. ‘천상 연예인이구나’란 생각을 한다. 하나님이 동생을 그렇게 만들어 주셨다.”

형제에게 ‘화술’은 은사다. 동생의 입담은 두 말하면 잔소리. 형 또한 만만찮다. 연예인급 외모에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능력자’가 바로 문 목사다. 그래서 청소년, 청년들 대상 집회에 주강사로 많이 다닌다. ‘끼’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교회학교에서 가장 웃기는 선생님이었던 아버지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1위였다.

그렇게 재밌는 아버지가 가정에선 엄격하게 신앙을 가르쳤다. “학교는 지각해도 교회는 절대 늦으면 안된다. 하루에 성경 세 장은 꼭 읽었다. 군대가서 2주 훈련받을 때 빼고, 주일 성수를 안해본 적 없다. 2만원 용돈 받으면 2000원 십일조 했냐고 반드시 물으셨다. 새 옷을 사면 주일날 먼저 입었다. 유치하리만치 아버지는 기초적인 것부터 가르쳤다.”(문 집사)

아버지가 형제를 철저하게 양육한 건 서원한 바가 있어서다. 큰 아들은 목사, 둘째는 그런 형을 돕는자로 늘 기도했다. 교회를 벗어나지 않았다. 놀아도 교회에서 놀았다. 교회에서 찬양하고 기타 치며, 공연을 준비하느라 사춘기 시절 방황할 새도 없었다. 아버지의 서원은 그대로 이뤄졌다. “교회에서 배운 예능적 소양 덕분에 개그맨이 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물질적 축복까지 주셔서 형이 눈치 안보고 마음껏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문 집사) “설교에서 그런 말을 한 적 있다. 십일조는 철저히 하되, 찜찜하면 더 해야 한다. 동생이 즉각 순종해줬다. 듬직한 동생이다.”(문 목사)

심지를 더 굳게 하는 과정

신앙 안에서 형제는 비교적 평탄하게 살았다. 하지만 연예인의 길은 혹독했다. 문 집사는 1999년 MBC 10기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신인 시절, 방송국 코미디언실에서 살다시피하며 단역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갔다. 차츰 인지도를 얻으며 출연 분량이 늘었다. 코미디 프로그램 ‘와룡봉추’ ‘노브레인 서바이벌’ 등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인기는 계속 갈 줄 같았다. “독한 코미디를 하고나니까 회복하는 게 힘들었다. 주변에서도 ‘더이상 보여줄 게 없다’는 식으로 무시했다. ‘계속 내 것일 줄 알았던 인기랑 돈이 다 어디갔지’를 깨달은 순간 허망함에 미친 듯이 술을 마셨다.”

형이 목사님인데, 그런 동생을 가만히 뒀을까. “원래 싫은 소리 못한다. 그렇다고 좋은 소리를 하는 편도 아니다. 말은 안했지만 기도는 계속 했다. 기껏해야 남들 다 마시는 술인데 뭘, 그렇게 생각했다. 그럴 땐 기다려줘야 한다. 주님이 지켜주실 거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문 목사)

“그런 형이 오히려 고마웠다. 연예계는 세상적이고 음습하고 탁한 곳이다. 그 속에서 견딜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이 물려준 신앙의 굳건한 심지 때문이다. 한때 심지가 꺼질랑 말랑한 적도 있었지만 그 심지로 다시 일어섰다. 지금은 업계 분위기상 술은 조금 마신다. 담배는 안한다. 물론 내 이름이 ‘천식’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말이다. (웃음)”(문 집사)

사실 문 집사에게 술은 영적인 숙제다. 특히 아들 주완이를 키우면서 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 살된 주완이는 선천성 혈관질환인 화염상 모반 및 녹내장을 앓고 있다. 생후 6일 만에 안과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지금껏 전신마취를 하고 레이저 쬐는 수술을 10번 했다.

“아이를 안고 울면서 기도하는 데 그런 느낌이 들었다. ‘주일예배로는 부족하신 거죠? 저를 더 원하시는 거죠?’ 그래서 수요예배를 열심히 나온다. 방송이 늦게 끝나도 꼭 참석한다. 술도 더 멀리하겠다고 다짐한다. 사실 처음엔 주완이가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지금은 축복의 통로로 쓰임받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문 집사)

이 과정이 문 집사에겐 심지를 더 굳게 하는 시간이다. 아침 저녁으로 아들을 위해 축복기도를 한다. 그 옛날 아버지가 형제를 위해 간구한 것처럼 말이다. “주완이가 우리나라 사회복지계에 거목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아팠던 아이니까 누구보다 남의 마음도 잘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완치될 병이 아니라면 완치된 이상으로 강한 멘탈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얼굴이 왜 그래?’라고 물으면 ‘신경쓰지마’라고 말하는 당당한 아이, ‘너 그 얼굴로 어떻게 사냐’고 하면 ‘넌 어떻게 살건데?’라고 반문하는 아이, ‘사회복지하는 애가 돈은 있냐’고 하면 그저 좋아서 실실 웃는 아이였으면 한다.”

‘연애금지’하는 교회에 청년이 몰리는 이유

늘기쁜감리교회는 조금 외진 골목, 허름한 건물 3층에 들어서 있다. 2000년 지하에서 개척해 지금의 자리로 오기까지 세 번 이사했다. 아담한 예배당 한쪽 벽에는 신앙과 관련한 다양한 글들이 붙어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문장 하나. ‘24살 미만(23세~1세)은 원칙적으로 연애를 할 수 없다. 그 해당 나이 남녀는 둘이서 만날 수 없다.’

사실 이 문구는 최근 문 목사가 출간한 책 ‘성령사역자가 되라’(규장)에도 나온다. 그가 10년 넘게 해온 성령사역의 생생한 경험들을 담은 책이다. 문 목사는 책에서 교회 내 ‘제자팀’에 들어오려면 14가지 질문을 던지는데 모두 “예”라고 답해야 한다고 썼다. 그 중 하나가 연애금지 조항이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좀 웃기지 않은가. 왜 이런 조항을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청년 집회를 인도하다보니 성과 관련한 상담 요청을 많이 받는다. 의외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동성애나 낙태, 혼전 성관계가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것을 막아보고 싶었다. 24세 전에 연애하지 말라고 조항이라도 만들어 놓으면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왜 어린 나이에 연애를 한다고 생각하는가. 심심하기 때문이다. 왕성한 기운을 쓸 데가 없어 연애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성령사역을 하면서 상담도 하고 같이 놀아준다. 휴가를 떠나고, 영화도 같이 본다. 교회에는 보수적인 엄격한 법이 필요하다.”

이렇게 깐깐한 교회지만 청년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매 주일 240명이 출석해 예배를 드린다. 기혼자가 50명이고, 140명이 청년들이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설교하지 않는다. 말씀이 재미있고 또 길다. 수요예배 때는 2시간 넘게 설교한다. 주일에는 1시간이 넘는다. 나의 목회 중심은 설교에 있다. 예배 이후에는 방언기도를 한다. 성령충만을 받는 시간이다.”(문 목사)

아버지 바람대로 형제는 각자 거룩한 부담을 안고 살고 있다. 십일조를 드리며 재정적 지원을 하는 동생의 손길을 통해 형은 이 땅의 청소년과 청년을 복음으로 일깨우고 있다. 그 사역을 위해 동생은 가장 세속적인 ‘N극’에서, 형은 가장 영적인 공간 ‘S극’에서 심지를 밝히고 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