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문화비평] TV 예능테마로 부상한 ‘1인 가구’… ‘나 혼자 산다’는 새로운 문화적 코드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1인 가구 453만명 시대, 싱글족의 삶이 사회관심사로 등장

‘독신자세’ 일명 싱글세를 놓고 온통 시끄럽다. 복지부 고위간부의 ‘싱글세 과세’ 발언이 ‘나홀로 사는’ 1인 가구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통령부터 세금매겨라’ ‘이미 싱글세 낼 만큼 내고 있다’ …

우리나라 출산율이 OECD국가중 최하위이니 주무기관의 간부로서 답답함을 털어놓는다고 던진 농반진반 한마디가 결과적으로는 ‘나홀로족’의 염장을 지른 셈이 됐다. 우리사회에서 1인가구에 대한 공감대 폭이 의외로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 추세대로 ‘나혼자 산다’는 육아에 이어 새로 떠오르는 TV예능 테마중의 하나다. 전 국민 5000만명 중 454만명이 1인 가구라는 통계청 조사결과(2012년 기준)를 보면 당연한 추세가 아닐 수 없다. TV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란 점에서 앞으로 싱글족들은 주요 예능테마로 각광받을 것이다.

‘1인 가구’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사회해체, 특히 가정해체의 산물이다. 미혼과 이혼, 만혼, 주말부부, 별거, 독거노인, 경제적 독립, 빈민화 등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요인들로 전통적인 ‘가족주의’는 물론 핵가족마저 갈수록 깨져나가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독신자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장르의 예능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MBC의 리얼다큐 ‘나 혼자 산다’(연출 최행호, 극본 정다운 등 6명)는 혼자 사는 1인 가구 싱글족들의 일상을 그려내 공감을 사고 있다. 물론 톱스타 반열의 연예인들의 독신생활을 엿보는 예능프로그램이다. 김광규 전현무 김태원 파비앙 강남 육중완등이 출연했다.

적령기를 넘어서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외국에 가족을 보낸 기러기아빠 등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돌발적인 일상을 연출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이다. 2013년 2월 파일럿프로그램 <남자가 혼자 살 때>가 좋은 반응을 보이자 정규편성되어 매주 금요일 방송되고 있다.

‘나 혼자 산다’와 ‘룸메이트’, 심리적 가정 복원과 하우스세어를 묘사

SBS는 지난 9월 ‘일요일이 좋다’ 1부 코너에 예능프로그램 ‘룸메이트’(연출 박상혁 등) 시즌2를 편성했다. 역시 1인 가구가 전체인구의 25%인 지금 여러명의 스타들이 개인공간과 공동공간으로 구성된 집에 함께 거주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리얼다큐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가 독신자 자택을 방문하거나 야유회나 노래자랑 등의 이벤트를 통해 출연자간 심리적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면, SBS ‘룸메이트’는 최근 새로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는 ‘하우스 쉐어’(House Share)를 차용한 포맷이라 볼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보다 앞서 1인가구가 TV중심테마로 등장한 적이 있다. 바로 tvN의 1인 가구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연출 박준화, 극본 임수미)이다. 지난 2013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총 16부작이 방영됐다. 같은 아파트에 혼자 사는 발랄한 남녀청춘들의 일상이 실감나게 그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식샤를 합시다’는 먹는 방송 즉 ‘먹방’을 했다. 주인공인 아파트 805 미혼녀 이수경은 먹방으로 다소 과장된 리액션을 과시했는데 오히려 ‘먹방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위축되지 않고 스스로에게나 세상에 당당한 ‘나홀로족’의 모습을 그려냈다.

드라마에서 싱글족의 일상이나 1인가구의 현실을 정확히 얼마나 실상 그대로 재현하느냐 하는 ‘다큐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대신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인 가족이란 울타리를 탈출한 ‘비정상적’인 싱글족들의 삶에서 구속받지 않는 자유와 해방감, 자아실현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이와 반대로 외로움과 고독감, 공동체 상실감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자신의 ‘일상의 준거틀’(The Frame of Living)로 이들을 바라보며 상대적으로 공감과 교훈을 얻을 수가 있다.

tvN ‘식샤를 합시다’, 먹방으로 싱글족의 당당함을 묘사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우리 사회에서 ‘1인 가구’를 겨냥한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들이 이어졌다. 편의점이나 음식점, 심지어 수퍼마켓까지 1인용 식단과 좌석 배치등이 이뤄졌다. 강남과 신촌 등에서 싱글을 위한 ‘1인 식당’이 등장했고, 기업들은 1인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1인 가구를 소재로 한 TV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지난 2012년 시작해 지난 7월 시즌2까지 들어간 TV도쿄의 ‘고독한 미식가’(연출 미조구치 겐지, 극본 타구치 요시히로)를 들 수 있다. 비슷한 포맷으로 지난해 역시 TV도쿄의 ‘먹기만 할래’도 인기를 끌었다. 혼자 사는 즐거움이란 오직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점을 테마로 설정했다. 12부작 내내 혼자의 자유로움을 오히려 즐기는 미식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독한 미식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시간과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배를 채울 때 잠시동안 그는 이기적이고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도 신경쓰지 않으며 음식을 먹는 고독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본식 ‘먹방’으로 싱글족의 삶의 의미를 음식을 통해 재조명한 드라마가 바로 tvN의 ‘식샤를 합시다’이다.

국내 예능과 드라마시장에서 ‘1인 가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아직 초보단계이다. 여전히 특정연예인의 사돈네 팔촌까지 다 나오는 귀농귀촌, 가상 재혼 및 결혼, 연애기, 육아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나혼자 산다’나 ‘룸메이트’ 역시 가족중심적 사고에 아직 머물러 있다. 그런 탓에 매번 고독과 외로움 달래기, 가사일 도와주기 등의 기존 관념에 얽매인 지배적이고 일방적인 설정에 매달려 있다. 늘어가는 20~30대 젊은 세대들이 갈구하는 구속받지 않는 자유와 해방, 경제독립, 자아실현 등의 부분에 대한 묘사는 아직 미흡하다.

‘삼시세끼’, 느림의 미학이 주는 자유와 평안, 자아발견

그런 점에서 지난 10월 시작한 tvN의 ‘삼시세끼’(연출 나영석)는 ‘나 혼자 산다’와 ‘룸메이트’의 어느 중간점에 서 있다. 스토리 설정 자체가 번잡하지 않다. 주연 이서진과 옥택연이 하루 세끼를 잘 먹는다는 설정이지만 결코 먹방은 아니다. 또 귀촌귀농을 부각하지도, 강요하지도 않는다.

지루한 농촌의 일상생활도 결코 지루하지 않다. 기존의 다큐물의 고정관념을 깨뜨려 마치 ‘전원일기’를 보듯 잔잔하고 평화롭다. 싱글족인 주인공들 역시 결코 고독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느릿느릿한 농촌일상을 통해 하루 세 번 때맞춰 밥먹는 과정에서 싱글족의 자유와 해방, 나아가 자아발견의 미학까지 발견하게 된다.

1인 가구 싱글족은 새로운 ‘문화적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MBC ‘나 혼자 산다’와 SBS ‘룸메이트’, tvN ‘삼시세끼’는 우리 사회 1인 가구 싱글족들이 살아가야할 다양한 삶의 방식의 일단을 보여준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blog.daum.net/alps1959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