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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페이스북에서 숫자를 지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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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뉴스 피드 화면에 나타나는 숫자를 빨간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모습. computationalculture.net
페이스북에서 숫자가 사라지면 어떨까요? 내가 쓴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몇 명인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댓글을 남겼는지, 친구를 맺은 사람이 몇 명인지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말이죠. 혹시 “절대 안 돼!”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페북에서 꽤 인기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SNS 세상의 인간관계는 질보다 양으로 결정됩니다. 친구 수, ‘좋아요’ 수, ‘리트윗’ 수, 댓글 수가 많을수록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죠. 누군가와의 상호작용을 통계로 나타내는 건 생각보다 무서운 일입니다. 다른 사람과 나의 인기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으니까요. 지난 3월 호주에선 ‘좋아요’ 부족이 페북 이용자의 자존감을 낮추고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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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예술가인 벤자민 그로서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숫자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페이스북 숫자 제거기’를 만들었습니다. 웹 브라우저에 적용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오로지 페북에만 가동됩니다.

기능은 한 가지입니다. 페북 상단메뉴에 ‘디메트리케이터(demetricator)’라는 아이콘을 추가하는 거죠. 이 아이콘을 클릭하면 페북 화면에 나타난 숫자가 모두 사라집니다. 일단 새로운 알림 개수를 나타내는 빨간 숫자부터 사라지고, ‘5명이 좋아합니다’는 문구는 ‘사람들이 좋아합니다’로 바뀝니다. ‘7개의 댓글 보기’는 ‘모든 댓글 보기’로 나타납니다. 10분 전 달린 댓글에는 ‘10분 전’ 대신 ‘최근’이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게시물을 올린 날짜조차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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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디메트리케이터’ 메뉴를 다시 누르면 숫자들이 원래대로 나타나거든요. 페북 내의 정보를 삭제하는 게 아니라 웹 페이지 안에서만 숫자를 감춰주는 겁니다.

그로서는 최근 이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페북과 숫자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을 소프트웨어 관련 학술지에 게재했습니다. 그는 페북이 숫자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우리가 더 많이 페북을 이용하게 하고 특정 게시물을 클릭하도록 유도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페북 숫자 제거기’를 사용한 사람들은 “‘좋아요’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숫자에 대한 집착과 걱정이 사라지고 사람에 집중하게 됐다면서요. 한 네티즌은 “숫자가 얼마나 변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확인했다. (숫자가 사라지니) 마치 명상을 얻게 된 느낌이었다”고 후기를 남겼습니다.

‘페북 숫자 제거기’는 우리나라에 보편화된 익스플로러 브라우저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국어 버전이 없다는 점도 아쉽더군요. 그로서는 프로그램을 오픈 소스로 공개해 놓았습니다. 한국어는 지원되지 않더라도 익스플로러용은 곧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벤자민 그로서 홈페이지 바로가기

물론 숫자 표시가 반드시 필요한 이용자도 있을 겁니다. 그로서가 던진 질문은 간단합니다. 당신은 정말 SNS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사용하고 있나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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