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문화비평] 딱 2% 부족한 <내일도 칸타빌레>, 제2의 <베바>가 못된 까닭은 기사의 사진
[김경호의 문화비평] 딱 2% 부족한 <내일도 칸타빌레>, 제2의 <베바>가 못된 까닭은

‘베토벤 바이러스’이후 6년만에 나온 고품격 클래식드라마

지난 2008년 방송된 MBC 클래식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시즌2를 선보이는가 싶었다. ‘제2의 강마에’부터 천재 지휘자 겸 연주자 ‘강건우’는 물론 새로운 바이올리니스트 ‘두루미’까지 탄생하지 않을까 했다. 작품성 뛰어난 클래식드라마의 새로운 캐릭터들이 부활하지 않을까 지켜봤다.

KBS 2TV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이야기다. <내일도 칸타빌레>(연출 한상우 극본 신재원, 이하 칸타빌레) 첫 방송에서 오스트리아 빈과 잘츠부르크 시내 위로 흐르는 모차르트 선율이 오랜만에 시청자들을 자극했다. <칸타빌레>는 6년전 <베토벤 바이러스, 이하 베바>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구동성으로 이 드라마의 시즌2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많았다.

‘막장코드’ TV드라마에 식상한 시청자들이 고품격 클래식드라마에 거는 기대가 자못 컸다. 실제 <칸타빌레>는 첫 방송 시청률이 무려 10%까지 육박해 소위 ‘대박드라마’가 되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보였다.

음대생 주인공들의 로망스, 세계적인 거장 마에스트로의 등장, 서정성이 넘치는 캠퍼스 영상미, 제작진 말대로 ‘젊음과 음악이 사랑과 더불어 빚어내는 절정의 클래식 로망스 하모니’를 연상시켰다. 나아가 ‘무리한 경쟁속으로 스스로를 밀어넣느라 어느새 꿈도 행복도 잃어버린 젊은이들을 위로하는 본격 힐링 뮤직 드라마’에 손색이 없어 보였다.

<칸타빌레>는 일본 여성 만화잡지인 (고단샤)에 2001년부터 연재된 음악을 소재로 한 니노미야 도모코의 만화작품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한 클래식드라마다.

엇비슷한 드라마포맷에서 <칸타빌레> 대박 가능성 충분해

총 16부작 <칸타빌레>는 지난 10월 13일 첫 방송 이후 6~7% 안팎의 시청률 정체를 보였다. 그런 탓인지 2014년 12월 2일 16회로 종방 예정이지만 ‘연장방송’이란 말은 쏙 들어갔다. 오히려 후속작인 새드라마 ‘힐러’가 관심대상에 올랐고, 티저까지 공개되자 시청자들 관심은 ‘힐러’로 옮겨가는 듯 싶다.

<칸타빌레>의 포맷은 <베바>와 비슷하다. 주인공 라인업을 보면 <베바>가 강마에(김명민 분)-강건우(장근석 분)-두루미(이지아 분)이라면 <칸타빌레>는 프란츠 슈트레제만(백윤식 분)-차유진(주원 분)-설내일(심은경 분)이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꿈을 다 이루지 못한’ 오합지졸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똥떵어리’라는 극언을 던지는 <베바>의 강마에는 오로지 ‘실력=인격’이란 등식만이 작동하는 냉혈한으로 묘사되었다. <베바>는 자신만이 옳고 자신만이 잘난, 정통엘리트 코스 출신의 강마에를 중심으로 울고 웃는 우여곡절끝에 마침내 단원들의 꿈을 이루어낸다는 스토리다.

그런데 <칸타빌레> 방송후 <베바> 홈페이지에 많은 사연들이 올라왔다. ‘6년 전이라니, 2008년이 그립다’ ‘힘들 때 포기하고 싶을 때 이 드라마를 봅니다’ ‘요즘 다시보고 있는데도 다시 봐도 내 인생의 최고드라마’ ‘클래식에 관심도 없었던 나에게 최고의 가르침과 감동을 선사해준 드라마’ ‘한동안 강마에라는 인물에 빠져 살게 만들 정도로 마약같은 드라마’ ‘음악에 푹 빠질 수 있는 드라마’….

이어 시청자들은 ‘시즌2는 안하나?’고 되묻는다. 막장드라마 코드가 흥행의 보증수표가 되다시피한 요즘 고품격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망이 이렇게 <칸타빌레>에서 표출되지 않았나 싶다.

2008년 9월 10일부터 18부작으로 방송된 <베바>는 클래식이란 무거운 주제임에도 탄탄한 스토리로 다져진 극본과 영상미 넘치는 연출력, 나아가 김명민 등 출연진의 페르소나있는 연기력이 단연 돋보였다. 지금도 음악드라마의 전범으로 남아있다. <베바>는 이같은 스토리와 연기력, 연출력이란 흥행의 3박자가 그대로 적중했다.

<칸타빌레>가 고전하는 이유 5가지는

그런데 고품격 클래식 드라마 <칸타빌레>가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드라마 공감폭이 제한적이다. 음대 캠퍼스의 한계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확대하지 못했다. 캠퍼스 내 이야기에 머물러 있다 보니 외부 확장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음대생 이야기더라도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어야 한다. S,A오케스트라 경연에 외부 무명 오케스트라를 끌어들였더라면 어떠했을까. 음대 캠퍼스 울타리를 넘지 못한 채 ‘음대교수와 음대학생, 그들만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점이 아쉽다.

<베바>를 보자. 클래식 연주자의 푸른 꿈을 끝내 접고 각자 삶의 무게에 짓눌린 채 살았던, 그러면서도 어딘가 하나는 부족한 사회적 ‘루저’들의 스토리가 어려운 클래식 장르임에도 대중적인 공감폭을 넓힐 수 있었다. 최고의 오케스트라라는 목표를 향해 좌충우돌 달려가는 ‘잡탕단원’들의 눈물어린 분투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이었다.

둘째는 연기력. <베바>에서 김명민은 물론 장근석, 이지아의 연기는 명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냉철한 카리스마 소유자인 ‘강마에’ 김명민의 열연은 지금도 전율을 느끼게 한다. 최고령 톱스타 이순재까지 은퇴한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나왔다. 이같이 화면 곳곳에서 드러난 출연자들의 연기력은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칸타빌레>의 경우 ‘차유진 역 주원이 없었다면 어떻게 할 뻔 했냐’는 지적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셋째, ‘보고 또 보게 만드는’ 연출력이다. <베바>의 로케현장은 경기도 가평의 ‘쁘띠 프랑스’였다. 제작진은 클래식의 선율에 걸맞는 유럽풍의 영상미를 만들어냈다. 클래식 음악에 걸맞는 동화마을같은 영상미는 한편의 고품격 클래식비디오를 보는 듯 서정성이 넘쳤다. 그래서 <칸타빌레> 첫회에서 선보인 유럽 스토리가 더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초반 기선을 잡을 유럽로케를 더 했더라면 하는데 역시 막대한 제작비용의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넷째, 클래식드라마에 ‘클래식’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낯익은 클래식 선율이 중간중간 쪼개져서 시청자들에게 들어올 뿐이다. 시청자 가슴에 와닿도록 클래식들이 극중에서 좀더 길고 묵직하게 깔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초반 유럽을 배경으로 한 모차르트 교향곡과 주인공들이 연주한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과 리스트의 녹턴 ‘사랑의 꿈’, 그리고 모차르트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정도가 기억이 날 정도다.

반면 <베바>에선 무려 OST만 31곡에 달한다. 기억나는 것만 꼽더라도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과 베토벤의 바이올린 로망스와 교향곡 ‘운명’과 ‘합창’, 쥐페의 경기병서곡. 쇼팽의 ‘겨울바람’, 브람스의 ‘헝거리무곡’ 등이 있다. 지금도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프랑스풍 마을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떠오르게 만든다.

또 jTBC의 <밀회>를 보자. 드라마에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곡은 시청자 가슴을 설레게 했다. 슈베르트의 판타지 ‘네 손을 위한 환상곡’과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리스트의 스페인광시곡, 모차르트 소나타 등에는 연하남을 사랑하는 중년의 가슴앓이가 아름답게 녹아있다.

넷째, 원작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이다. 일본원작 <노다메 칸타빌레>에 대한 과도한 의식이 몰입을 방해하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면 ‘오라방’을 외치는 설내일과 슈트레제만과의 조우 등에서 드러난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과장연기다. 원작의 맛을 100% 되살리려는 노력은 좋았으나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 판타지를 강조하다보니 시청자들로선 문화격차를 느낄 수 밖에 없다.

다섯째, 지나친 코믹터치다. ‘양념거리’ 코믹이 클래식드라마의 중후한 맛을 상쇄시켜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어설픈 코믹터치가 과다하게 들어가다 보니 ‘음악이 없이 코미디만 남는 드라마’라는 지적이다. 코미디물이 아닌 이상 코믹터치는 어디까지나 그저 장면을 이어주는 ‘양념’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애궂은 심은경 연기력만 도마위에 올랐다. 설내일 역의 심은경의 연기는 오히려 그만의 독특함이 보인다. 떨어지는 연기력이 결코 아니다. 원작 캐릭터에 가깝게 다가가려다 그 자신의 페르소나를 놓친 것 아닌가 한다.

클래식드라마 흥행공식은?…탄탄한 스토리? 탁월한 연출? 뛰어난 연기력

<칸타빌레>는 후반부로 갈수록 맛을 조금씩 살려냈다. 무엇보다도 <칸타빌레>는 상투적인 막장드라마가 아닌 고품격 장르여서 좋은 시도였다고 본다. 이제 <칸타빌레>는 초반의 어색한 주제와 흐트러진 스토리를 넘어서 기승전결 중 전과 결의 중간 단계에 들어섰다.

16부작인 미니시리즈는 통상 1~3회에서 기본설정을 끝낸뒤 4~6회에서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력, 개성있는 연출력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초반에 시청자를 놓칠 경우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중반에 시청자 채널변경을 유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떤 드라마든 6~7회분을 넘어가면 시청자들은 습관적 시청에 따라 중간에 채널을 바꾸지 않는다.

시청률 6% 안팎의 정체를 보인 <컨타빌레>. 아직 성공한 드라마는 아니다. 아쉬움도 적지 않다. 특히 <베토벤 바이러스> 시즌2를 기대한 시청자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칸타빌레>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막장코드가 아닌 고품격 클래식드라마를 만든다는 자체가 현싯점에서 어쩌면 도박일지도 모른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진 방송시장에서 고품격 운운하는 것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칸타빌레>는 고품격 클래식드라마에 대한 갈망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을 뿐 시청자 시장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란 점을 일깨워주었다. 비록 시청률이 낮더라도 <칸타빌레>가 진한 커피맛과 같은 여운을 남겨주길 기대한다. <베바>도 시청률은 20%안팎에 머물러 있었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blog.daum.net/alps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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